중국의 쑨양이 21일 저녁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사상 최초로 4연패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위를 확인한 쑨양(28)은 물을 튕기며 포효했다. 손가락은 네개를 펼쳤는데 4연패를 뜻하는 것이었다. 관중석의 중국 팬들도 쑨양에게 열광했다.
중국 수영을 대표하는 쑨양이 21일 저녁 광주 남부대 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4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돌파했다. 쑨양은 2013년부터 2년마다 열린 세계대회 자유형 400m에서 4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오전 예선 1위(3분44초10)로 결선 4번 레인을 배정받은 쑨양은 200m 선두를 확실하게 굳힌 뒤, 막판 가장 빠른 구간 기록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2016 리우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뒤 쑨양의 맞수로 떠오른 호주의 맥 호턴은 2위(3분43초17), 이탈리아의 가브리엘레 데티(3분43초23)가 3위를 차지했다.
쑨양이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1위로 들어온 뒤 강렬한 눈빛을 뿜어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쑨양은 파울 비더만의 세계기록(3분40초07)이나 자신의 최고기록(3분40초14)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초반부터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한 뒤 안정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눈물이 빠질 정도로 훈련했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7번째 세계대회에 나선 쑨양은 마이클 펠프스(접영 200m), 에런 피어솔(배영 200m), 라이언 록티(혼영 200m), 그랜트 해킷(자유형 1500m)과 함께 4연패를 이룬 명인 반열에 올랐다. 모두 남자 선수다.
쑨양은 경기 뒤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도핑과 자신을 연결짓는 일부 언론과 선수들에 대해 “나라를 대표해 나갔다. 개인을 무시할 수 있지만 중국은 존중해달라”고 항변했다.
쑨양 쪽은 지난해 도핑검사관한테 제출한 혈액샘플을 깨트렸고, 호주 등의 언론은 최근 공세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판단을 요청한 상태다. 쑨양은 이날 우승 뒤 호턴과 손을 마주치며 화해하는 듯했다. 하지만 호턴은 시상식 뒤 기념촬영 때 쑨양과 거리를 두며 서 있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중국 수영팬들은 쑨양의 선전에 열광했다. 이들은 오성홍기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유형 선수’(The greatest freestyle swimmer of all time)라는 펼침막을 들고 쑨양을 격려했다. 국내 팬들도 박수로 쑨양을 축하했다. 쑨양은 자유형 200m와 800m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한편 한국의 기대주 이호준(18·영훈고)은 이날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해 3분51초89로 전체 46명 가운데 22위에 그쳐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호준은 “첫 세계대회라 너무 긴장했다. 평소 연습 때는 달랐는데 몸이 굳었다. 이것도 나의 실력이라 생각한다. 더 노력해서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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