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영연맹 ‘쑨양법’ 신설…시상대 거부하면 메달 박탈도

호턴과 스콧의 시상대 쑨양 외면에
국제수영연맹 금지 규정 만들어
위반 땐 메달 박탈 등 가능해
일부 선수 언로 탄압 반발

지난 23일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에서 쑨양(왼쪽 노란색)을 외면한 덩컨 스콧이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국제수영연맹(FINA)이 중국 수영의 간판 쑨양(28)을 겨냥한 각국 선수들의 비판 행렬에 제동을 걸었다.

국제수영연맹은 23일자로 각국 수영연맹에 메달 세리머니, 기자회견 등에서 다른 선수 등을 겨냥해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선수 행동규범(code of conduct) 조항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국제수영연맹은 공문을 통해 “이 조항은 모든 국제수영연맹 소속 관계자들에게 적용된다. 어떤 정치적, 종교적, 차별적인 행동도 금지된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시상대에서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행동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경고, 벌금, 퇴장, 자격정지, 기록취소, 메달박탈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국제수영연맹 헌장에 따른 조처다.

국제수영연맹이 23일 각 나라 수영연맹에 보낸 시상식 관련 새 윤리 규정.

국제수영연맹의 새 규정은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맥 호턴(호주), 덩컨 스콧(영국)이 우승자인 쑨양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거부하면서 만들어졌다. 국제수영연맹은 “동료 선수에게 공격적이고 부적당한 행동을 엄격하게 피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쑨양은 21일 남자 자유형 400m 우승 시상식 뒤 기념촬영에서 호턴의 따돌림을 받았고, 23일 200m 우승 시상대에서는 스콧에게 무시당했다. 쑨양은 호턴의 태도에 대해 “개인을 무시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나는 나라를 대표해서 나왔다. 중국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고, 스콧에게는 시상대를 나오면서 “넌 패자야, 내가 승자야”라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국제수영연맹은 앞서 호턴과 호주수영협회에 대해 경고장을 내렸고, 스콧과 쑨양에게도 경고 징계를 했다.

쑨양은 2014년 심장 관련 약물이 도핑검사에 걸려 3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호주의 호턴이 쑨양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번 광주 세계대회에 앞서 호주 언론은 쑨양의 도핑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쑨양 쪽은 지난해 9월 자택을 방문한 국제도핑시험관리(IDTM) 직원들에게 혈액 샘플을 제출했으나, 이후 경호원 등이 조사원들의 신분 불확실을 이유로 샘플을 깨뜨린 바 있다. 국제수영연맹은 이에 대해 경고 처분했으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아직 심리 중이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또 도핑을 한 것도 아니고, 채혈 해준 뒤 이뤄진 충돌이었다. 중국 쪽 기자들은 “신원 불상의 사람들이 샘플을 오염시키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거냐”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호주와 영국 선수들은 쑨양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시상대에서 표출해왔다. 또 영국의 애덤 피티는 국제수영연맹의 이번 조처가 언로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쑨양은 이번 대회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우승해 2관왕에 올랐고 800m에서는 6위에 그쳤다.

광주/김창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