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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즈 수영 유나미의 ‘심청가’ 아티스틱

등록 2019-08-07 15:06수정 2019-08-07 19:29

5일 테크니컬 솔로 판소리 배경음악으로 1위
8일 프리 솔로엔 정태춘의 5.18로 정상 도전
2000·2004년 올림픽 대표 뒤 은퇴 오랜 공백

4월부터 훈련 뻣뻣해진 몸 펴는 데만 한 달
“정치적 의미두지 말라…해보고 싶었던 것”
선수 출신인 유나미씨가 지난 5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40~49살 솔로 테크니컬에서 열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선수 출신인 유나미씨가 지난 5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40~49살 솔로 테크니컬에서 열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며…”

구성진 판소리 ‘심청가’ 가락에 귀가 쫑긋했다. 외국인 선수단은 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을 때린 절창에 감동받은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응답했다.

“한정된 틀을 깨고 싶었다. 처음 들었을 때 이걸로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5일 광주 염주체육관 아티스틱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5일~18일) 40~49살 부문 테크니컬 솔로에 출전해 1위를 차지한 유나미(41)씨 이야기다. 배경음악으로 서양의 곡이 주로 사용됐던 아티스틱 수영에서 판소리를 도입한 것은 파격이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고 2000·2004년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는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동호인들의 잔치인 마스터즈대회에 나가기 위해 운동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2005년 은퇴 뒤 14년이 흘렀고, 그동안 물에 들어간 적이 없으니 오죽했을까.

그는 7일 전화통화에서 “4월부터 광주마스터즈대회를 준비했다. 어린이 풀장에 가서 몸부터 풀기 시작했다. 뻣뻣해진 다리를 펴는 데만 한달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선수 출신인 유나미씨가 지난 5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40~49살 솔로 테크니컬에서 연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선수 출신인 유나미씨가 지난 5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40~49살 솔로 테크니컬에서 연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아티스틱 수영은 물 속에서 천변만화의 동작을 만들어내는 수중 예술이다. 발레하듯 몸이 유연해야 하고, 수중에서 숨을 참는 지구력뿐 아니라, 상·하체를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순간 파워가 필요하다. 1분30초~2분30초의 짧은 연기에도 막바지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는 “6월부터는 오전 시간대에 수영장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일주일에 3~4번 훈련했다. 7월말이 되면서 체력도 올라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테네올림픽 때 선수단을 이끌었던 이현애 코치의 도움으로 안무를 구성했고, 훈련이 고될수록 잠자던 경쟁심이 살아난 것은 다행이었다.

실험적인 판소리 배경음악에 외국 선수단이 뜨겁게 반응하면서 자부심도 느꼈다. 그는 “경기 뒤 외국분들이 ‘이게 무슨 곡이냐?’ ‘구해서 들을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동서양 모두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출신인 유나미씨가 지난 5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40~49살 솔로 테크니컬에서 열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선수 출신인 유나미씨가 지난 5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40~49살 솔로 테크니컬에서 열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테크니컬에서 1위를 했지만 8일 프리 솔로 무대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마스터즈대회에서는 테크니컬과 프리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프리 솔로 배경음악 역시 정태춘의 ‘5.18’로 색다르다. 가사와 음조에서 광주항쟁의 역사성을 담고 있는 곡이다. 그는 “너무 정치적으로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어떤 아픔이나 슬픔에 관한 음악이어서 마음에 와 닿았다. 광주시민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그는 3일부터 가족과 함께 광주에 내려왔다. 리조트 숙박비를 포함해 체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수영복도 새 것을 살까 고민하다가 은퇴할 때 착용한 것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그는 “나 자신의 노력과 연기에 상당히 만족한다. 우승한다면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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