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우승하니 기분이 좋아요.”
판소리 심청가와 정태춘의 ‘5·18’을 배경음악으로 아티스틱 열연을 펼친 유나미(41·사진) 선수가 8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5~18일) 솔로 금메달을 딴 뒤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현역 은퇴 뒤 14년 만에 동호인 자격으로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 유 선수는 5일 테크니컬 솔로(74.49점), 8일 프리 솔로(77.20점)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해, 두 부문 합계(151.69점)에서 정상에 올랐다.
유 선수는 “힘들었지만 경쟁에서 이겨 뿌듯하다. 가족들과 서포터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1998년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이며 2000·2004년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는 2005년 은퇴 뒤 물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4월부터 마스터즈대회를 준비해 몸을 만들었고, 2~3위와는 6~7점 차이의 간격을 벌리며 금메달을 따냈다.
유 선수는 5일 테크니컬 솔로에서는 배경음악으로 뮤지컬 서편제의 심청가를, 8일 프리 솔로에서는 시사성이 강한 가요 ‘5·18’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징이나 북소리가 들어간 음악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판소리는 새로운 것이다. 외국분들이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또 비장감이 도는 ‘5·18’을 채택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광주에서 마스터즈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노래를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춰 안무를 구성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많은 분들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붉은 꽃을 심지 마라’는 노랫말이 나올 때는 꽃이 피었다 지는 듯한 발동작을 표현했고,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라는 구절에서는 얼굴과 가슴을 감싸 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유 선수는 “자칫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었지만 아픔과 슬픔, 치유로 이어지는 안무가 비교적 잘 됐고 의미도 잘 전달된 것 같다.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마스터즈 대회가 선수생활을 하며 뛰었던 올림픽, 아시안게임보다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대회가 됐다. 다음 마스터즈 대회 출전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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