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세계 스포츠 경기가 멈춰서면서 스포츠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역설이다.
영국 <비비시>의 스포츠 기자 톰 포디스는 “스포츠는 캘린더이고 공동체다. 무언가 사라진 다음에야 우리는 그 가치를 알게 된다”고 썼다. 사람들은 축구 등 스포츠의 시즌 개막이나 종결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고, 스탠드나 경기장 주변의 펍에서 함께 응원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스포츠가 단순한 운동 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라 ‘소셜 이벤트’가 된 것은 스포츠가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하거나 태도·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나 미국프로농구, 한국의 K리그 등의 중단에 팬들이 느끼는 허전함은 스포츠가 생활과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종 대회 연기로 큰 손실을 본 구단이나 연맹은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무관중 경기를 해서라도 수입을 올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관중이 없는 경기에 반대한다.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선수는 “무관중 경기는 할 짓이 아니다”라고 했고, 미국 프로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관중 없이는 경기하지 않겠다”고 거부감을 표시했다. 선수와 관중 사이에는 서비스의 구매와 판매의 차원을 넘어서는, 매우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20세기부터 스포츠의 팽창에는 텔레비전 중계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관중이 없었다면 초인적 힘을 발휘한 선수들의 극적인 장면이나 경기장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포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관중은 티켓을 구매해 구단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텔레비전이나 뉴미디어의 콘텐츠 소비자로서 시장을 형성한다. 경기장에서는 즐거운 에너지를 생산하고 충전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갈 곳 없는 스포츠 팬들은 온라인 게임을 보거나, 1인 스포츠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프로구단들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선수의 근황을 알리는 식으로 팬과 접촉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 조만간 스포츠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많은 게 달라질 것 같다. K리그 경기장의 봄 아지랑이나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가을밤의 찬 공기도 더 반가울 것이다. 관중은 12번째 선수가 아니라 스포츠의 기본 토대로 그 위상이 올라갈 수도 있다.
김창금 스포츠팀장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