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래 쉰 것은 처음이다.”(강동궁)
“꾸준한 게 목표다. 지켜봐 달라”(강민구)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당구협회(PBA) 투어 미디어데이. 국내 남자 당구의 대표주자인 강동궁(40)과 강민구(37)는 금방이라도 튕겨 나갈 용수철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한 6개월 휴지기가 끝나고 이제 8개월간의 장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1승을 일군 강동궁은 “20여년 선수 생활 동안 이렇게 오래 쉰 적이 없다. 좋은 모습 지켜봐 달라”며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 준우승만 두 차례 한 강민구 역시 “시즌 개막이 반갑다. 연습 많이 했다. 1승보다는 늘 꾸준한 게 목표”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올 시즌 피비에이-엘피비에는 7월6~10일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리는 ‘에스케이(SK)렌터카 챔피언십’ 무관중 대회로 문을 연다. 지난 시즌 1승을 거둔 프레드릭 쿠드롱 등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에 들어와 자가격리에 들어가 있다. 둘에겐 가장 강력한 적수다.
강동궁은 “과거엔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대회에 2~3일 전에 도착해 경기한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워낙 실력 있는 선수들이어서 금방 극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민구는 “며칠이라도 연습을 안 하면 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프로라면 버텨내야 한다. 국내 선수들이 유리한 것 같지만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 시즌 프로당구는 타구 시간이 기존의 40초에서 35초로 줄어들었다. 생각이 길어지면 자칫 실격할 수도 있다. 강동궁은 “한 세트에 한 번은 어려운 위치가 나온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치는 방법은 외길로 좁혀진다. 타임아웃을 쓸 수도 있어 시간 단축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민구는 “느린 경기보다는 빠른 게 팬들을 위해서도 좋다. 연습으로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6개의 정규 투어에는 우승상금 1억원(여자 2천만원)씩, 마지막 파이널에는 우승상금 3억원이 걸려 있다. 시드를 받거나 큐스쿨을 통과한 선수들(남자 128명, 여자 68명)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단체전 도입으로 상위권 선수들은 6개 단체전 투어에 이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도 있다. 전문 선수로서의 고정급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에스케이렌터카, 신한금융투자, 웰컴저축은행, 크라운해태, 티에스(TS)샴푸·제이디엑스(JDX), 블루원리조트 등 6개 팀이 8월부터 출전한다.
강동궁은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강민구는 “큐스쿨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 더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구 실력 향상을 꿈꾸는 팬들을 위한 조언을 묻자, 둘은 모두 “시간 투하량과 비례하는 것 같다”는 답을 했다. 옆에 있던 여자당구의 강호 김가영(37)은 “재미냐, 경쟁이냐, 자기 공부냐 등 목적에 따라 다르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을 찾아내면 된다”고 말했다. 그것이 힘들다면? 그 땐 차원이 다른 고수들의 당구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그들이 온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