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가 국제농구연맹(FIBA)의 갈팡질팡 행정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대표팀을 구성했지만, 두 번째 일정 변경으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2주 가까운 휴식기도 무의미하게 됐다.
논란의 불씨는 피바의 파행적 일정 관리다. 피바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기로 한 아시안컵 예선(18~22일)을 한국 대표팀이 출발하기 전날인 12일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새로운 장소로 필리핀과 레바논을 거론했으나, 일정은 확정하지도 못했다. 피바는 애초 필리핀에서 열기로 한 이번 예선을 지난달 말 도하로 바꾼 바 있다.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돌발상황 탓이기는 하지만 국제연맹의 일 처리 수준으로 보면 낙제점이다.
졸지에 각 프로팀 핵심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잠정 해산했고, 아시안컵 일정에 맞춰 휴식기를 잡았던 프로농구는 시간만 날렸다. 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농구협회 쪽은 “늦어도 21일까지는 피바가 새로운 일정을 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프로농구의 일정이 혼란스러워지는 등 난감한 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단 대한농구협회는 파행적인 일정으로 국내리그의 피해가 큰 만큼 피바 쪽에 대회 연기 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께로 아예 아시안컵 예선을 미루게 되면 프로리그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같은 처지여서 공조의 가능성도 있다.
만약 피바가 밀어붙이기식으로 2월 말이나 3월 중에 아시안컵 예선을 추진한다면 그땐 케이비엘(KBL)과 대표팀 차출에 대한 논의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5, 6라운드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주축 선수가 장기간 빠지는 것은 프로팀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나올 수 있는 대안이 프로 1~2년 차의 신인 등 유망주로 대표팀을 새로 구성하거나, 상무 단일팀을 출전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엔트리 조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또 대표팀의 위상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어떨지가 변수다. 한국 대표팀은 A조(한국,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 속해 있는데, 필리핀은 워낙 강팀이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만만치 않다.
한 프로농구팀 관계자는 “시즌 막판에 접어드는 프로농구에서 다시 휴식기를 잡기는 어렵다. 체육관이나 방송사, 스폰서, 팬까지 이해관계도 있다. 무엇보다 귀국 후 자가격리까지 선수가 거의 한 달간 빠지는 상황은 구단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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