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스포츠혁신위원회가 1차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이면 스포츠혁신위원회가 1차 권고안을 낸 지 꼭 2년 되는 날이다. 당시 스포츠혁신위는 한국 스포츠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제안을 7차례에 걸쳐 내놓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절반의 성공 정도만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스포츠혁신위가 엘리트 스포츠의 토대를 바꾸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크게 선수 인권과 학습권 보장, 소년체전 폐지 등 3가지로 볼 수 있다. 클럽스포츠 활성화나 스포츠기본법 제정, 대한체육회와 올림픽위원회의 분리 등도 제시했지만 큰 방향만 설정했을 뿐 현안은 아니다.
이 가운데 선수 인권보호를 위한 1차 권고문의 핵심 내용이었던 스포츠윤리센터 설치는 지난해 8월 이뤄졌다. 하지만 출범 1년도 안 돼 파행을 겪고 있다. 대한체육회나 지방체육회 등의 클린스포츠센터 등을 폐지하고 하나의 중앙단체를 만들었으나 준비와 역량 부족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예산과 인력 확충을 위해 백방으로 뛰며 문제점을 알린 초대 이사장이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자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기 시작한 게 현실이다.
학생 선수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학기 중 주중대회의 주말대회 전환은 사실상 답보상태다.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주중대회의 주말대회 전환을 지원하겠다며 종목별 신청을 받았지만, 이에 응한 종목단체는 세팍타크로 딱 하나뿐이었다. 축구나 권투의 경우 경기 뒤 일정 시간 휴식이 의무화된 상태에서 주말 대회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부분 종목의 경우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데 주말 이틀에 경기를 끝내기도 힘들다. 어렵게 주말 대회를 치른다고 해도, 이미 취업 마인드를 가진 고교 선수들 가운데 주중 수업보다는 훈련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소년체전 폐지 권고도 시행의 어려움이 있다. 초·중학교 선수들의 대회에서 초등학교 선수들을 떼어 지역별 축제형식의 대회를 벌이는 것은 팀수가 천차만별인 지자체별로 입장이 다르다. 고교선수들을 전국체전에서 떼어내 중·고교 선수들만의 학생축전을 만드는 것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2025년까지 시·도별 전국체전 개최 장소가 결정돼 있는 상황에서, 전국체전 출전자 수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고교 선수를 뺄 경우 대회 운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체육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의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혁신이 단순히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만의 일이 아니고, 입시제도 등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문과 연결돼 있는 것도 난점이다. 가령 주말대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대회 수가 대폭 축소돼야 하지만, 성적 등 입시 자료가 필요한 선수들은 대회가 많을수록 좋다. 여기에 오랜 기간을 통해 형성된 엘리트 선수나 지도자, 학부모의 태도나 관성 등 문화적 장벽이 있다. 권고안 수행기관인 대한체육회가 종합체육대회 운영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곧 발주하기로 한 이유다.
애초 스포츠혁신위가 난관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눈높이를 높게 잡아야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공’으로 치달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하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스포츠혁신위가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대한체육회를 처음부터 ‘카운터파트’로 인정했다면 어땠을까. 혁신위 구성에서부터 논의까지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했더라면….
혁신이란 거죽을 홀랑 벗긴 뒤 새로 태어나는 어려운 일이다. 그 작업을 국가를 통해 할 수밖에 없다면, 다양한 지혜를 모으고 동의를 얻어내는 협치의 정신이 필요하다. 선과 악을 구분해 한쪽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이데올로기다.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 2주기에 정책 선명성 못지 않게, 상대를 인정하는 포용의 정신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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