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케이지시(KGC)인삼공사 선수들이 9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전주 케이씨씨(KCC)를 누르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패배를 잊은 괴력의 팀. 질식수비와 만능공격의 팀. 챔피언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설린저 쇼’는 불을 뿜었다.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케이지시(KGC)인삼공사가 9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승제) 4차전에서 전주 케이씨씨(KCC)를 84-74로 꺾고, 무패 4연승으로 왕좌에 올랐다. 플레이오프 6강과 4강, 챔피언전까지 모든 경기를 10연승으로 마감한 것은 인삼공사가 처음이다. 인삼공사는 2012년, 2017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29·2m4)는 기자단 투표 86표 가운데 55표를 얻어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설린저는 이날 42득점 15리바운드로 우승을 견인했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2017년에 이어 팀을 두 번째 챔피언전 우승으로 이끌면서 명장으로 우뚝 섰다. 김 감독은 통산 플레이오프 성적 24승10패로 최고 승률(70.6%) 사령탑이 됐다. 김승기 감독은 챔피언전에서는 10전8승으로 80% 승률을 보였다.
이날 경기는 1~3차전과 마찬가지로 ‘설 교수’라 불리는 설린저의 특급 활약이 판을 갈랐다. 3월부터 대체 외국인 선수로 인삼공사에 합류한 설린저는 스피드는 떨어진다. 하지만 정밀한 내외곽포와 시야, 농구 흐름을 읽는 감각 등을 갖춘 그의 존재 때문에 인삼공사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설린저와 오세근이 케이씨씨의 골밑과 외곽을 번갈아 흔들면서 생긴 공간에서는 전성현, 변준형, 이재도가 펄펄 날았다. 던져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자신감이 넘치는 슛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날 생일을 맞은 문성곤도 헌신적인 활약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설린저는 4쿼터 중반 케이씨씨가 5점 차(63-68)까지 쫓아오자 해결사로 나서 폭풍 슛을 성공시켰다. 3명이 둘러싸 막아도, 던지면 들어가는 그의 야투에 케이씨씨 선수들은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설린저의 ‘명강의’가 이날도 이어진 셈이다.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정규리그 1위 케이씨씨는 이날 배수의 진을 친 싸움을 펼쳤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송교창과 라건아, 정창영은 사력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2쿼터부터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추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4쿼터 5점 차까지 추격하면서 변화를 기대했지만, 설린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괴력의 인삼공사를 막을 수 없었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해줘 고비가 없었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설린저의 덕이 5할이지만, 국내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잘 채워줬다”고 평가했다. 또 “4강에서 만난 유재학 감독과 챔피언전에서 대결한 전창진 감독을 존경하지만 농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분들을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양/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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