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가상 시리즈 로고. 아이오시 누리집 갈무리
오는 7월 열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사전 행사 격인 올림픽 가상 시리즈(가상올림픽)가 13일 개막한다. 내달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준비한 공식 대회로 전통 스포츠와 가상 스포츠 사이 간극을 좁히고, 올림픽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번 결정을 두고 아이오시가 이(e)스포츠에 대해 과거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2018년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은 이스포츠가 △신체 활동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서로 대결하는 폭력적 방식이기 때문에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이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아이오시는 공식 누리집을 통해 리그오브레전드(LOL) 스타플레이어 ‘페이커’ 이상혁을 소개했다. 이때 바흐 위원장은 “이스포츠가 언젠가는 올림픽 종목이 될 것”이라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2일에는 “가상 올림픽이 올림픽에 대한 새롭고 특별한 디지털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가상 스포츠, 이스포츠 팬, 게임 마니아들의 참여가 목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오시의 입장이 바뀌면서, 이스포츠가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아이오시는 도쿄올림픽에서 BMX(일명 자전거 묘기) 프리스타일, 스포츠 클라이밍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공식 채택했다. 또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브레이크댄스를 공식 종목으로 선정하는 등 새로운 스포츠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오시의 이번 결정을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스포츠의 공식 종목 채택에 반대했던 바흐 위원장의 입장이 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가상올림픽에는 야구, 조정, 사이클, 요트, 자동차 경주가 대회 종목으로 채택됐다. 대체로 전통 스포츠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사이클의 경우 실내 자전거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즈위프트를 선정했는데,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모니터에 나오는 가상의 트랙을 달리는 방식이다. 이스포츠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한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종목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시도가 이스포츠의 적극적인 반영이라기보다는, 전통 스포츠와 디지털 기술의 접점을 늘리는 시도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가상올림픽에 채택된 실내 자전거 게임 즈위프트 플레이 모습. 즈위프트 누리집 갈무리
그럼에도 여전히 이스포츠가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이스포츠 시장은 전통 스포츠를 위협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올림픽의 주요 후원자인 기업들이 속속 이스포츠 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아이오시가 이런 흐름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미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회 조직위가 리그오브레전드 등을 공식 종목으로 선정한 점이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스포츠는 과연 스포츠일까.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여부는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