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인제 럭비대표팀의 박완용이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일본과의 경기에서 분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정말 아쉽다. 하지만 많이 배웠다.”
한국 7인제 럭비대표팀의 주장 박완용(한국전력)이 28일 2020 도쿄올림픽 마지막 일본전 패배(19-31) 뒤 한 말이다.
한국은 12개 팀이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 A조 조별리그 3패, 순위결정전 2패 등 5패로 12위 최하위로 마감했다. 마지막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죽는다는 각오”로 뛰었지만, 피지 등에서 귀화한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일본을 뚫지 못했다.
박완용은 경기 뒤 <한겨레>와 국제통화에서 “경험과 전술, 체력에서 차이가 있었다.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밑으로는 저변이 넓어지고, 위로는 국제교류 등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대결에서 뉴질랜드에 5-50으로 패했다. 정연식(현대글로비스)은 뉴질랜드를 상대로 사상 첫 올림픽 트라이에 성공해 5점을 올리기도 했는데, 뉴질랜드가 결승에 오른 강팀이어서 더 값져 보인다.
하지만 뉴질랜드를 비롯해 대회 참가 팀 가운데 한국이 1승을 올릴 상대는 없었다. 박완용은 “뉴질랜드의 경우 코로나 시국인데도 자국내 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많이 했다. 유럽이나 영연방 국가들도 선수층이 두텁고 서로 교류하면서 전력을 다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환경은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표팀이 소집돼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간 것은 올해 최윤 회장이 대한럭비협회 집행부를 맡으면서 부랴부랴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미국 엘에이에서 열린 친선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수준과의 격차는 하루 아침에 좁혀질 수 없다. 한국에는 성인팀의 경우 실업 3개(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와 대학 4개(연세·고려·경희·단국대) 팀이 전부다. 더욱이 7인제와 15인제 럭비가 구분돼 운용되지 않고, 15인제 리그를 하다가 7인제 대표팀을 구성하는 형편이다.
박완용은 “국내 리그가 활성화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타격을 받았고, 아시아 세븐스 시리즈가 있지만 기회가 워낙 적다. 앞으로는 좀더 수준 높은 팀들과 평가전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올림픽에서 배운 점도 많다. 박완용은 “순위 결정 첫 경기 아일랜드전에서 확실히 우리가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들이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을 얻으면서 내용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럭비가 도입된 1923년 이래 9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박완용은 “지금은 부족하지만 조금씩 경험들이 쌓이면 후배들이 세계적인 팀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회 기간 응원해준 럭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9일 귀국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