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홍철 교수가 딸 여서정의 메달을 목에 걸고 자신이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딴 은메달을 가리키고 있다. 여서정 인스타그램 갈무리.
활짝 웃는 아버지와 메달리스트 딸. 한국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행복해 보인다.
여서정(19·수원시청)이 3일 귀국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빠 목에 메달 걸어드리기. 아빠 메달 옆에 내 메달”이라는 글과 함께 2020 도쿄올림픽에서 딴 도마 동메달을 아빠의 목에 걸어준 사진을 올렸다.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는 흐뭇한 표정으로 딸의 메달을 걸고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자신이 딴 은메달을 가리키고 있다.
여서정은 1일 도쿄올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 연기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여성 올림픽리스트가 탄생하는 순간, 방송 해설 중이던 아버지 여홍철 교수는 울컥했다.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딸이 금메달을 따자 아버지는 ‘딸 바보’의 모습을 보였다.
딸이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도 진하다. 여서정이 초등학교 때 쓴 메모에는, “아빠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땄다. 내가 체조를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은 아니어도 메달을 따서 아빠 목에 걸어드릴 것”이라고 돼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디딤돌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여서정은 2일 도쿄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아빠는 내가 본인의 그늘에 가려지는 게 많은 것 같다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난 무엇으로 불리든 상관없다. 그저 아빠의 뒤를 잘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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