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성이 2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S4) 결선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연합뉴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올라가 보겠다.”
‘리우 3관왕’ 수영 국가대표 조기성(26)은 주 종목 자유형(S4) 100m에서 5위를 기록한 뒤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조기성은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자유형(S4) 100m 결선에서 1분28초46를 기록하며 레이스를 마쳤다. 메달권인 3위 로만 자다노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의 1분26초95보다 1초51 뒤진 5위였다.
조기성은 한국 장애인 수영의 간판이다. 첫 패럴림픽 출전인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자유형(S4) 50m·100m·200m를 석권하며 자유형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 장애인 수영 사상 첫 자유형 금메달이자 최초의 패럴림픽 3관왕. 그때 그의 나이 겨우 21살이었다. 한국은 리우에서 총 7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이 중 3개를 조기성이 획득했다.
이날 조기성은 한국에 도쿄패럴림픽 첫 메달을 안길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메달 획득은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됐다. 조기성은 앞서 리우 대회 때는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선천적 뇌병변 장애를 가진 조기성은 본래 물을 무서워했다. 걷지도 못했던 그에게 물은 두려움의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영을 하면 걸을 수 있다”는 말에 2008년부터 수영을 시작했고, 이내 두각을 보이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이제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물살을 가른다. 수영은 조기성이 공포를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조기성은 수영과 함께 세상을 향한 두려움에서도 벗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냈다.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했다. 장애 때문에 차별받은 경험이 쌓여 상처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영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꿨다. 조기성은 25일 평영(SB3) 50m 결선에서 휠체어를 탄 채 나타나 가슴의 태극기를 두드리는 등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날 경기 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즐기려고 했고, 충분히 즐긴 것 같다”고 했다. 이미 3관왕에 오른 챔피언다운 여유였다.
하지만 자유형에서 쓴맛을 본 조기성은 승부욕에 불탔다. 조기성은 “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는데 이런 기분은 오랜 만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뜻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조기성은 30일 자유형(S4) 200m와 내달 2일 자유형 50m, 3일 배영(S4) 50m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리우 3관왕에 오른 뒤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쾌속 질주를 통해 여전히 방에서 숨죽이고 있을 누군가를 세상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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