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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봉은사 외압’, 부처님 앞에서 난상토론

등록 2010-04-28 10:57

30일 총무원에서 5시간 ‘백분토론’식 진행

봉은사-총무원 맞장…불교단체도 ‘한자리’

 

불교계의 최대 현안인 ‘봉은사 문제 토론회’가 30일 오후 1~6시 열린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1번지 총무원 청사 지하 공연장.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 불교단체에서 3명씩 모두 9명이 나와 ‘우리는 선우’ 대표 성태용 건국대 교수의 사회로 5시간에 걸쳐 백분토론식 난상토론을 펼친다. 

 

지난달 21일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외압 발언을 폭로하면서 한달 이상 일요법회 설법과 성명을 통해 공중전만 펼쳤던 봉은사쪽과 총무원쪽이 한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게 된 것이다.

 

 

명진 스님 직접 나서고 총무원은 원장 ‘대타’

 

 ‘봉은사 사태’의 핵심 두 당사자는 지난달 11일 총무원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자승 총무원장과, 이는 여권의 외압에 의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기를 든 명진 스님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명진 스님은 나오지만, 직영 결정 당사자인 자승 원장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그 자리에서 ‘직영 지정 배경’ 등 핵심 사안에 접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총무원 쪽에선 총무원장 다음 서열 2위인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자승 스님을 대신하게 된다. 총무원 김영일 기획차장과 박용규 총무차장이 영담 스님과 함께 자승 원장의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봉은사 쪽에선 명진 스님과 함께 부주지 진화 스님과 신도회 대표가 나선다. 명진 스님이 천일기도를 하는 동안 봉은사 안살림을 도맡았던 진화 스님은 지난해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선거대책위원장을 하며 자승 스님의 당선을 도왔다. 하지만 중앙종회 총무분과 간사로서 봉은사 직영 지정 안건 통과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중 법정 스님의 열반 소식을 듣고 ‘다비장 대변인’으로서 열반사실 기자회견을 하며 오가는 사이 법안이 통과되자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봉은사 쪽은 사찰운영에 이미 신도들을 참여시킨 사부대중공동체인 만큼 직영지정에도 신도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토론회에 신도대표를 포함시켰다.

 

극한 대결로 치달은 양자간 갈등을 화쟁으로 이끌 책임을 맡은 불교단체 대표들의 면면 또한 만만치 않다. 조계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한 뒤 산사로 돌아가곤 했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도법 스님이 나온다. 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대표인 북한산 금선사 주지 법안 스님이 함께한다. 법장 총무원장 시절 총무원 기획실장을 지낸 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법안 스님은 불교계에서 가장 탁월한 논리의 소유자로 꼽힌다. 여기에 참여불교재가연대 산하 불교자정센터 정책위원장으로서 불교계의 비리를 냉철히 감시해왔던 윤남진 엔지오리서치소장이 가세한다. 시시비비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자승 원장의 손을 들어주는 본사 주지 모임과 종회의원들과 원로회의 성명서처럼 권력의 향배에 의해 저울추가 달라지는 면면은 아니다.

 

 

방청석에서 질문지 받아 토론 반영

 

 이날 토론회는 방청석으로부터 질문지를 받아 토론에 반영한다. 토론 의제에 제한도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명진 스님에 의해 제기돼 김영국 조계종대외협력위원이 확인했던 (직영과정에서 정권의)‘외압설’ 등도 모두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 토론의 핵심 쟁점은 우선 ‘자승 원장이 왜 갑자기 봉은사 직영 지정을 결정했는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봉은사 직영 배경에 대해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승가교육 재원 마련을 위해’라고 말하고,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남북 포교벨트 구축을 위해서’라고 답하는 등 말이 다른 가운데 정작 자승 스님이 형제처럼 지내온 명진 스님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이런 무리수를 감행한 이유가 최대 관심사다. 

 

이 과정에서 명진 스님은 다시 한번 외압설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 배경 외에도 과연 봉은사 직영 지정의 목적이 정당했는지, 지정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자승 스님의 원장 취임 이후 정치권력으로부터 불교의 자주성이 훼손되지 않고 있는지 등이 주요 토론 의제가 돼 토론장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얽히고 설킨 인연...영담, 명진에게 "배신자"

 

이번 봉은사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을 끌 입은 단연 명진 스님과 영담 스님이다. 창과 방패다. 명진 스님은  일요법회 때마다 1천여명의 신자들을 들었다놓았다할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웅변가다. 불교방송 이사장에다 총무원의 ‘왕총무’로 불릴만큼 파워를 자랑하는 영담 스님의 방패 또한 간단치않다. 1998년 은사인 고산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당시 ‘최고 실세’가 돼 고산 스님의 뒤를 이어 정대 스님(자승 총무원장의 은사)을 총무원장에 당선시켜 불교신문 사장에다 동국대 이사로 진출해 조계종의 양대 권부인 총무원과 동국대를 쥐락펴락했던 인물이다. 그는 법장 총무원장 시절부터 종권창출에 실패하자 불교계내 야권의 선봉장으로 변신해 법장 총무원장의 총무원청사 내 불교중앙박물관 공사 비리의혹을 제기하는 등 지관 총무원장 시절까지 총무원쪽과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명진 스님과 함께 정련 스님의 총무원장 선거를 도왔던 영담 스님은 정련 스님을 제치고 총무원장에 당선된 지관 스님에 의해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임명되자, 명진 스님에 대해 배신자라며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민족공동체운동본부장인 명진 스님의 대북사업을 돕는 등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명진 스님에게 처음 ‘봉은사 직영 결정’ 사실을 전화로 알리면서 ‘그러니 왜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진화 스님(봉은사 부주지 겸 중앙종회 총무분과위간사)이 선각 스님(해인사 주지)를 잡으려고 했느냐’는 발언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따라서 종권과 맞서 야권에서 외롭게 싸울 당시 자신을 지켜준 선각 스님(당시 종정 예경실장)의 비리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진화 스님이 종회에 조사특위 구성을 주도한데 대한 응징으로 직영을 결정한 듯한 발언을 본인 입으로 해 그도 의혹 당사자의 한명으로 부각된 상태다.

 

 

 

 

분쟁 때마다 ‘저울추’, 참여불교재가연대

 

요즘 불교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울 중구 장충동2가 우리함께빌딩에 있는 참여불교재가연대(재가연대)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외압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해준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대외협력위원이 총무원과 봉은사 대신 기자회견 장소로 선택한 곳도 이곳이고, 최근 강의석씨가 대광고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학교종교자유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도맡다시피 해 ‘종교 강요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곳도 이곳 재가연대 산하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재가연대 창립의 주역인 박광서 서강대교수가 지난 2006년 재가연대 상임대표 자리를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인 김동건 변호사에게 넘겨준 뒤 원장을 맡아 학교 내 종교자유와 종교인권 회복을 위해 앞장서며 강의석씨 사건을 주도해 공익소송의 쾌거를 이뤄냈다.

 

요즘 불교계의 최대 이슈인 ‘봉은사 사태’에서도 재가연대는 저울추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웅기 재가연대 사무총장은 불교단체 12개 연합체의 대변인을 맡아 ‘봉은사 토론회’를 통해 불교계의 위기를 화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토론회가 결정된 뒤에도 합의를 어기고 일요법회에서 자승 원장 쪽을 비난하고 이런 내용을 봉은사 월간지 <판전>에 실은 데 대해 명진 스님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판전>을 전량 회수 폐기토록 하는 한편 자승 원장 쪽에 대해선 총무원이 토론회를 거부하면 불교단체와 봉은사만이라도 토론회를 열겠다고 압박해 애초 성사되기가 쉽지 않으리라던 ‘봉은사 문제 토론회’를 관철시키는 내공을 발휘했다.

 

재가연대는 승가단체가 아닌 순수 재가단체라는 점에서 세계 불교계에서도 가장 선구적인 단체로 손꼽힌다. 말로는 사부대중 공동체라며 승가와 재가가 함께 불교계를 이끈다고 하지만 어느 종교보다도 승복 자체가 절대권력이자 재가자들에 대해선 같은 불자들조차 박대해온 한국 불교 현실을 뚫고 자생에 성공했다. 박 교수와 이혜숙, 윤천수 공동대표 등 초기멤버들이 사비를 털어 엔지오로선 드물게 6층 빌딩을 마련하고, 김희욱, 이영철, 민정희, 정웅기, 윤남진, 강성식, 손상훈, 이수연, 한기남, 배병태, 박수영, 김인회씨  등 실무자들이 몸을 바친 덕이었다.

 

재가연대는 계파간 종권다툼과 사찰 뺏기와 비리가 터질 때마다 ‘제 논에 물대기’식의 아전인수만이 팽배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마는 승가계 풍토에서 교단자정센터를 출범시켜 계파를 초월해 냉철한 잣대로 승가 비리를 감시하며 가늠자 구실을 해내기도 했다. 이제 불교계에서 일이 터지면 재가연대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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