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신학 다지기 위한 도구로서 공헌”
“숭배가 아닌 공경…신앙의 모범을 보인 분”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톨릭에서는 ‘성모성월(聖母聖月)’로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달이다.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여러 행사가 열린 데 이어 <평화방송> 텔레비전은 지난 16일부터 매주 일요일 <조규만 주교의 성모님 이야기>를 방송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에서 ‘성모 마리아’는 특별한 존재다. 각 나라의 교회마다 수호성인이 있는데, ‘성모 마리아’는 한국가톨릭교회의 수호성인이다. 명동대성당을 비롯한 성당에선 성모 마리아상 앞에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일부에선 가톨릭을 마리아교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예수가 ‘여자여!’라고 불렀던 어머니가 성모가 된 연유
‘마리아’를 놓고 개신교에서도 토론이 벌어졌다. 에큐메니컬 모임인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성모성월을 앞둔 지난달 23일 ‘마리아는 하나님의 어머니인가’란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회에서 이충범 협성대 교수는 “1980년대 중반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가 돌아온 이유가 ‘마리아’까지 소화해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누가 내 어머니냐?’며 만나주지 않고, 어머니를 ‘여자여!’라고 부르던 예수의 어머니가 성모(聖母)로서 경배의 대상이 된 연유를 밝혔다.
그는 “소아시아의 대표적인 여성신으로 기원전 3세기경 로마에 유입된 대모신(Cybele) 숭배의 영향력 하에 있던 몬타누스주의자들이 2세기 중반 여성신성과 마리아 숭배를 연결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모신이 요한게시록에는 ‘태양을 둘러 걸친 여인’으로 묘사되어 있다”며 “따라서 대모신 전통이 기독교에 매우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5세기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인 네스토리우스와 알렉산드리아의 시릴 사이에 발생한 테오토코스 논쟁을 통해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로 확정짓는 신학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가톨릭은 마리아라는 유일한 여성 아이콘을 가지고 있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가부장적 신학을 공고히 하기 위한 도구로서 공헌한다”며 “그런 아이콘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개신교로선 무의식의 균형을 위해 전통적인 마리아 경배를 배워서 도입해야 할지, 아니면 여전히 비난하며 순수성 타령을 해야 할지”라고 되물었다.
“영적 수행자, 구도자, 예수의 길벗으로 볼 수 없나”
구미정 숭실대 겸임교수는 이 교수의 고뇌에 대해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신학과 교회문화만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집단무의식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혹자는 아이엠에프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루는 원인이 마리아 공경에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무한경쟁을 모토로 한 신자유주의 지구화 경제 질서 하에서 생존을 위한 전투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개신교의 과도한 남성성 내지 호전성보다는 가톨릭의 따뜻한 모성성이 훨씬 더 어필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그러면서도 “마리아는 순결과 복종의 이미지로만 각인되어야 하느냐”면서 “마리아를 ‘동정수행자’가 아니라 영적 수행자 혹은 구도자나 예수의 길벗으로서 여성의 영적 리더십을 격려하는 해석을 들을 수는 없느냐”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의 관심은 “그럼에도 마리아에 대한 공경이 시간이 갈수록 약화되지 않고 더욱 공고해지는 원인이 무엇이냐”에 모아졌다. 참석자들은 “아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모습, 즉 세상 모든 이들 중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마리아에서 찾았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개신교는 동정성, 승천설 등을 부정하기 때문에 우상숭배로 봐”
이날 토론회에 가톨릭 참가자들은 “마리아에 관한 가톨릭의 전통에 대해 개신교가 ‘숭배’라고 공격하는 것은 적합치않으며, ‘공경’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항변했고, 개신교쪽 참가자들은 “개신교에서는 마리아에 대해 너무 이야기하지않고 마리아에 대한 전승이 너무 가난하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조규만 주교는 <평화방송>강론에서 “개신교는 성모 마리아의 동정성, 천주의 모친성, 승천설, 원죄 없는 잉태 모두를 부정하기 때문에 마리아 공경은 우상 숭배일 뿐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가톨릭에서도 성모님께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주교는 이어 “431년 에페소공의회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선포했는데,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것은 예수를 낳은 것도 낳은 것이지만 하느님 말씀을 듣고 온전히 따르는 신앙의 모범을 보인 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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