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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통일의 마음 싣고 가는 평화열차

등록 2013-10-15 16:07

WCC총회 참가자들 인터뷰

분단 겪은 독일 라모테 목사“통일 위해서 만남 계속해야”북녘 언니 만났던 인광삼씨“재회장면 눈물 없인 기억못해”

모스크바 통과한 평화열차남북 불허로 평양 경유 무산

지난 9일 저녁 6시22분(현지시각), 밖은 벌써 어둑해졌다. 벨라루스를 지나는 열차의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만 들려온다. 은퇴한 독일 목사 라이너 라모테(66)는 다른 17개국 111명의 ‘2013 한반도 화해와 통일을 위한 평화열차’ 참가자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관하고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가 주최해 8일 독일 베를린을 출발한 평화열차 안이다.

“그 무엇보다 만남을 계속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라모테 목사에게 조언을 청하자 이렇게 말했다. 옛 서독 출신의 그는 분단이 뭔지 안다. 그는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을 때 가족들과 이탈리아에 있었다.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는 소식을 잡지에서 읽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가 시멘트벽으로 나뉘었고 늘 걷던 거리가 갑자기 철조망으로 막혔다. “분단 뒤 처음으로 동독인을 만난 것은 1967년이었죠. 모교인 빌레펠트대학에서 ‘기독학생연합’이 매년 여름 동·서독 기독학생들이 만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동독 지역 훔볼트대학 학생들과 만나 세미나를 하고 맥주를 마셨죠. ‘이런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라면 공산주의자와 통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라모테는 독일 남부 팔라티나테에서 1973년부터 목사로 활동했다. 독일 기독교계는 1970~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을 여러 측면에서 도왔다. 라모테 목사는 1984년 영등포산업선교회 방문을 포함해 모두 4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선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늘 접촉이 있었습니다. 동서독인의 만남이 허용됐죠. 그 점에서 한국과 다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햇볕정책을 기억합니다. 남북 기독교계가 남북이 만났던 기억을 사람들로 하여금 떠올리게 해야 합니다. 만남은 계속돼야 합니다.”

이산가족 출신 평화열차 참가자 인광삼(64)씨에게 만남의 기억을 떠올리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그는 12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다닐로프 수도원에서 한 인터뷰 내내 울었다. 황해도 출신인 인씨는 6·25전쟁 때 언니들과 헤어졌다. 인씨는 부모·오빠와 월남했다. 두 언니와는 황해도 사리원에서 갈렸다. 인씨는 1968년 간호사로 독일에 왔고 1972년 한국인 파독 광부와 결혼했다. 어머니는 독일에서 매일 아침 북에 두고온 두 언니를 위해 기도했다. 1989년 북에 있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국적을 독일로 바꿨다. 1991년 미국 뉴욕의 한인 기독교계를 통해 언니의 생사를 확인하고 그해 8월 북에서 언니들과 처음 만났다.

인씨는 첫 재회 장면을, 이제는 눈물 없이 떠올리지 못했다. “큰길에 차 내리는 곳에 언니들이 나와 있었어요. 말도 못하고 언니들이 나를 붙잡고 울었습니다. 저는 눈물이 안 나왔습니다. 언니 집에 갔는데 큰언니는 남에 있는 가족과 닮고 성격도 같았습니다. 그때 ‘우리 언니들이구나’라고 실감했죠. 어머니와 말하는 모습이 너무 똑같았어요.” 1991년 일주일과 2005년 3시간이 인씨가 두 언니와 가진 만남의 전부다. 그는 최근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라모테 목사와 인씨를 비롯해 평화열차 참가단은 10일 새벽 1시30분께 모스크바역에 도착해 10~11일 모스크바 시내 주요 사적지를 도는 ‘평화순례’ 및 한반도 평화 콘퍼런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모스크바에서 돌아가는 일부를 제외하고 15개국 93명의 참가자들이 12일 오후 1시께 이르쿠츠크행 급행열차에 올랐다. 이들 중 13개국 84명이 전 일정을 완주할 예정이다. 

평화열차는 올해 부산에서 열릴 세계교회협의회 10차 총회에 앞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애초 평양을 지나려 했으나 남북 당국의 불허로, ‘모스크바~이르쿠츠크~베이징~인천’을 거쳐 이달 23일 부산에 도착할 계획이다.

국경의 문턱은 아직 높다. 라모테 목사와 인씨 등은 종교의 힘으로 그 문턱을 낮추고 싶어한다. 그들은 평화열차 자료집에 인용된 성경 구절을 자주 곱씹었다.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로마서 12장18절)

모스크바/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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