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 만성 통증이 있다. 어떤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않는다.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얼굴을 찡그리고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기 십상이다. 그러면 통증에다 화까지 고통은 배가 된다.
이런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창안한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의과대 명예교수인 존 카밧진 박사가 내한해 ‘한국MBSR연구소’주최로 진행하는 워크숍을 보았다.
지난 5일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200여명이 앉거나 누워 강연을 듣고 명상을 하는 이 워크숍에서 카밧진 박사는 먼저 건포도를 나눠준 뒤 보고 만지고 듣고 입에 넣어 느끼고 씹으며 이를 관찰하게 한다. 남방불교의 위파사나(통찰명상) 수행을 현대인들이 이해해 활용할 수 있게 변형시킨 프로그램은 오직 좌선이나 경행을 하면서 몸·생각·감각·진리를 관찰하는 것으로 일관하는 전통적인 위파사나 명상과는 사뭇 다르다.
참가자들은 카밧진이 이끄는대로 건포도를 ‘경험’함으로써 짐작과 달리‘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기존 경험에 따라 ‘건포도의 감촉이나 맛은 이럴 것이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매번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포도에서 시작해 차츰 자신을 괴롭히는 통증이나 장애에 대한 관찰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어떤 감촉은 즐거운 것으로, 어떤 것은 괴로운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즐거운 것엔 애착하고, 괴로운 것은 혐오한다. 그러나 삶은 늘 원치않는 것과 함께 살아가야 할 때가 많다.
존 카밧진 박사
1979년에 시작해 현재 미국의 수백개 병원에서 행해질만큼 알려진 카밧진의 비법은 통증과 고통의 상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통증이나 고통과 내가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통증이나 장애에 보다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위해 마음챙김(자각)은 필수적이다. 카밧진은 마음챙김에 대해 ‘특수한 방식으로, 즉 의도적으로 현대 이 순간 비판단적으로 주의를 기울 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불광출판사 펴냄)이 최근 출간됐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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