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경제사상'출간
붓다식 '돈 벌고 쓰는 법'
직업관·노동관 등도 제시
인간성은 상실되고 자연은 파괴되는 위기의 시대에 개인적 해탈과 깨달음을 중시하는 불교가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
현세적 유교에선 예로부터 불교를 도피 종교로 비판했고, 막스 베버는 불교를 ‘이웃의 행복이 아니라 개인구제만을 중시하는 종교’라고 했고, 슈펭글러는 붓다는 허무주의자로 규정했다. 과연 불교는 이처럼 초세간적이고 피안적이고 개인 문제의 해결에만 몰두할 뿐 사회 대중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능력은커녕 관심조차 없는 것일까.
이처럼 중대한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을 내놓은 저서가 나왔다. <불교사회경제사상>(동국대출판부 펴냄)이다. 저자는 불교문화연구원장을 거쳐 <불교평론>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다.
<유마경>엔 ‘마음이 청정하면 불토가 청정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마음을 깨치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저자는 “한 개인이 정신적 각성을 이뤘다고 해서 자연적·사회적인 환경이 곧바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며 “객관적인 사회, 역사를 변혁시키려는 노력은 또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적 실천을 위한 불교적 근거를 담은 설득력 있는 내용을 제시한 것이 저자의 내공이다. 불교는 모든 것을 ‘무소유’로 귀일시키는 것 같지만 실은 붓다가 재산소유와 관리, 분배 등의 경제 행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제시했는지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선 돈을 어떻게 벌어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물론 직업관과 노동관, 올바른 소비관 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가령 2500년 전 붓다는 돈을 가치있게 쓰는 것으로 △훌륭한 정원(공원)을 만들고 △나무를 울창하게 하고 △다리를 놓고 △선박을 만들고 △객사와 휴게소를 짓는 것 등을 제시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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