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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나는 무서운 개가 아니었답니다

등록 2018-01-08 05:00수정 2018-01-10 18:25

[애니멀피플] 조민영의 색개
버려지긴 쉽고 입양 어려운 중대형견
‘들개’로 내몰리는 어이없는 운명을
쉽게 사고파는 우리가 만든 건 아닐까
100×80㎝, 아크릴화.
100×80㎝, 아크릴화.

그림 속의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는 언젠가 길에서 만난 대형견이다. 보통 몸무게가 30㎏이 넘는다. 사람 손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게 단장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보랏빛 물감과 펄감의 소재를 썼다. 하지만 붉게 물든 목덜미와 눈 아래는 불안한 마음 상태가 반영된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던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손에서 버려지는 순간부터 삶이 험난해진다. 구조돼 보호기관에 들어가 다시 입양되는 경우도 있지만, 또다시 버려지면 상처는 두 배가 된다. 소형견을 선호하는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 속에서 중대형견은 더 쉽게 유기되고, 입양처를 구하기도 어렵다.

중대형견을 입양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목욕이나 산책 등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환경, 사료비, 병원비 등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허투루 해선 안 된다. 이런 요건들이 중대형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아지면서 함께 증가하는 것이 들개화된 개들이다.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야생 들개가 없다. 중대형 유기견들이 들개가 됐고, 들개가 되는 순간 더는 반려동물이 아닌 그저 공포의 짐승이 되고 만다. 그 책임의 화살을 개들에게 돌려서 될까. 입양해 끝까지 키우지 않고 유기해버리는 사람들의 미성숙한 동물 반려 의식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

버려진 순간부터 아이들은 외부의 낯선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생존본능 앞에서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손에 길든 만큼 야생에서의 적응은 더 처절하다. 반대로 혹독하게 야생에 적응해 이른바 들개가 되었다가 다시 반려견이 되기는 쉬울까. 험난한 악순환의 고리를 온전하게 감당하는 건 개들의 몫이다.

한국은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처럼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유일한 나라다. 새해엔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런 환경을 만든 우리를 되돌아보고 쉽게 동물을 사고파는 환경을 바꾸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조민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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