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등록 2017-12-26 11:44수정 2017-12-26 17:49

[애니멀피플] 내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사랑에 빠진 반려인의 황당한 주문
그러나 작은 사랑과 공감의 힘은
동물권 공감 확대 역사의 배경

무표정한 얼굴로 집사 어디 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꽉 붙들고 있는 프리드리히 니체.
무표정한 얼굴로 집사 어디 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꽉 붙들고 있는 프리드리히 니체.
사랑에 빠진 자는 바보가 된다. 이 척박한 인간 사회에서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힘 중에는 고양이들 만의 묘한 매력이 한 몫 할 것이다. 왜 사람들은 기꺼이 고양이들의 집사가 되어 온갖 시중을 드는, 그 귀찮은 짓을 자처하는 것일까. 나라고 아니라고 할 순 없다. 어느날 갑자기 길에서 온 아기 고양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드디어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을 방문한 날.

수의사: 가을이 보호자님~~(구조했을 때 임시로 붙인 이름)
나: 아 이름 바꿨어요.
수의사: 뭔데요?
나: 니체요.
수의사: 네?(못 알아들음)
나: 니체요, 니체. 철학자 니체.
수의사: 아아~~(^^)
나: 프리드리히 니체예요. 그렇게 불러주세요.
수의사: 아 네~;;; (당황?)

나중에 어떤 동물병원 원장님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른바 재미있는 손님들에 대한 사례를 말해 주셨다. 여느 직장처럼 동물병원 사람들도 업무가 끝나면 간혹 사연있는 반려견이나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손님은 반려동물 이름에 자기의 성을 붙이는 분이라는 거다. 반려견이 아롱이고 주인이 김씨이면 김아롱 이런 식.

니체의 담당 수의사 선생님도 속으로 얼마나 웃을까 싶었다. ‘전니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이건 그보다 더하면 더하지 싶었다. 철학자 이름을 붙인 것도 웃기는데 성과 이름을 다 불러달라고 우기는 손님이란.

호적에 올릴 수도 없고 실제로 배 아파 낳은 생물학적 자식도 아니지만 반려인과 집사들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너를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나의 자식이니 내 성도 물려주고 싶어.” 유명한 철학자 이름을 지어주면 우리 아이가 고귀하게 자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양이니까. 엄마가 되면 강해지니까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다. 사랑하면 이 세상 모든 난관을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다.

나는 인간이고 내가 속한 인간종은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인류의 역사를 동물 중심으로 본다면 동물은 철저히 이용대상이었다. 동물권리 운동이 성장한 배경에는 우리 인간이 동물을 보고 함께 살면서 인지하게 된 공감 확대의 역사가 있다. 우리는 동물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이야기를 확대했다. 관찰했고 고민했고 연구했다. 그리고 동물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물의 고통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원인을 제공했던거다. 이것을 바꾸고 싶었다. 출발은 공감이었다. 공감은 동정이 아니다. 나같은 동물권 활동가들은 동물을 위해 희생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력은 동물들에게서 왔다. 그들이 우리에게 가치 있는 삶을 주었다. 하잘 것 없는 나에게 누가 고귀한 직업을 주었는가.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는 것. 내가 이 외로운 싸움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다. 사랑과 공감.

글·사진·그림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