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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축제라는 게 있다면? 생각만해도…

등록 2018-06-29 16:31수정 2018-06-30 01:25

[애니멀피플] 전채은의 나의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죄인이 된 월드컵 국가대표를 보며 든 생각
우리는 왜 경쟁없이 놀고 즐길 줄 모를까
생명 착취하는 동물축제도 마찬가지
누군가의 희생 없는 축제를 꿈꾸는 이유
월드컵이 한창이다. 축구는 비전문가가 봐도 재미있는 경기다. 그라운드를 선수들이 끊임없이 달리며 공을 뺏고 다시 뺏고. 경기 전체가 매우 역동적이라 한번 몰입하면 눈을 떼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하면 이기고 싶은 욕심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경기의 결과에 매몰되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선수를 보는 것은 짠하고 씁쓸한 일이다. 최선을 다하고, 지더라도 우리가 경기를 재미있게 보면 그만인데 왜 죄인처럼 움츠러들어야 할까. 문제는 국가주의의 외피를 입은 스포츠로 우리가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국가주의야말로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고 성립한 자유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4강에 진출하든 16강에 진출하든 본선에 못 나가든 월드컵은 지구촌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여야 한다. 그러나 월드컵 개최를 두고 러시아는 떠돌이 유기견들을 소탕했다. 1988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빈민을 쫓아낸 한국의 폭력적 행정은 이제 다른 생명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 스키장을 짓기 위해 가리왕산에 사는 수백 년산 나무들은 모두 잘려나갔다.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국가주의에 기반을 둔 스포츠를 즐겁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왜 축제는 일부 사람들만을 위해 나머지를 무참히 희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

이런 취지에서 생명다양성재단과 씨셰프코리아 등 여러 단체가 모여 ‘동물축제 반대축제’를 열게 되었다. 화천에 살고 있지 않은 산천어를 대량으로 양식해서 풀어놓고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낚시를 하고 손으로 잡고 먹고 노는 산천어축제. 싸움을 싫어하는 소에게 살을 찌우고 몸집을 불려 싸움을 시키는 소싸움, 그리고 그 경기장 밖은 온통 술판. 먹고 마시고 동물을 괴롭히는 축제. 생명을 착취하지 않는 축제는 불가능할까? 아 물론 산천어축제에 온 사람들 모두 악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놀고 쉬고 즐기느냐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적으로 길들어 왔을 뿐 착취나 폭력이 아닌 관계에 대해 모른다. 배운 적도 없고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다.

‘왜 축제는 일부 사람을 위해 나머지를 무참히 희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 나와 같은 생각이라도 하는 듯 니체가 뾰로통한 얼굴로 내 책상에 엎드려 있다.
‘왜 축제는 일부 사람을 위해 나머지를 무참히 희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 나와 같은 생각이라도 하는 듯 니체가 뾰로통한 얼굴로 내 책상에 엎드려 있다.
국가가 국민에 대해 해야 할 의무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많은 시민이 건강을 위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센터나 산책로, 운동장 등을 많이 만드는 일이다. 만들어만 놓으면 소용없다.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누구나 편하게, 싸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서민들을 달래줄 것은 술밖에 없는 현실. 미래가 없으면 건강도 없고 건강하지 않은 국민이 사라지면 우리 미래도 없다. 국가가 권장하는 ‘국민 스포츠’는 우리 자존심을 세워줄 국가 스포츠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죽이는 축제가 아니라 소소하지만 지역에서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다. 고민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으면 천년만년 늘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니체가 사는 성곽마을에 여름이 왔다. 한성성곽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여러 마을도 한때는 홍역을 치렀다. 카페가 들어서고 벽화가 그려지고 관광객들이 몰려드니 주민들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시에 매우 양상이 복잡하다. 성곽마을 고양이들은 아직 안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가며 많은 관광객이 고양이들을 예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남의 집 대문을 벌컥 들어와 구경하는 사람들, 밤늦게까지 카메라 셔터 눌러대는 사람들로 인한 불편함도 있다. 창밖에서 사람들과 새들을 온종일 구경하는 니체는 관광객들에게도 나름 주목받는 고양이가 되었다. 밖에서 “꺄꺄, 가와이~”(귀여워라는 의미의 일본어) 소리가 나서 내다보면 역시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여성 관광객들이다. 만약 외국의 유명한 고양이 마을처럼 이곳도 일종의 관광지로 조성된다면 얼마나 시끄러울지 가늠이 안 된다. 무엇을 추진하든 급하지 않게 진행되기를 바라며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문화이기를 바란다. 어떤 좋은 의미로 포장해도 생명을 착취한 축제 문화는 아름다울 수가 없다.

글·그림·사진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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