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잔디광장 중앙에 있는 ‘전두환 나무’가 5·18부상자들의 해코지로 시들시들 말라죽고 있다. 나무 잎이 무성해져야 할 5월이 되었지만, 다른 나무와 달리 이 동백나무는 새 잎을 틔워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청에 있는 이른바 ‘전두환 나무’(사진)가 말라죽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임기 말인 1987년 2월4일 광주시청을 방문해 심었던 높이 3.5m짜리 동백나무다. 17년 동안 옛 계림동 청사에 있다 2004년 치평동 청사의 잔디광장 한가운데로 옮겨졌다. 시청은 옮겨 심으면서 지역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고 ‘전두환 대통령 기념식수’라는 표석은 없앴다.
이 나무가 이전 3년째인 올해 초부터 사철 푸른 이파리들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나무 전체가 애초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경남 합천에 일해공원이 조성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5·18 부상자들이 처벌을 각오하고 갖은 해코지를 해댔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어 제초제를 넣고, 중간 가지를 톱으로 잘라내는가 하면, 불을 피워 밑동을 검게 태우기도 했다.
광주시청은 줄기에 영양수액을 주사하고 ‘해코지’를 막으려 애썼다. 그러나 현재 ‘전두환 나무’는 90% 가량 고사한 상태다. 5·18 부상자 김아무개씨는 “경남 합천에서 일해공원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으며 나무가 더 미워졌다”며 “광주에는 전두환의 흔적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말라 죽어가고 있는 ‘전두환 나무’를 살리기 위해 광주시가 줄기에 영양수액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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