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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농어촌 특별전형 노린 ‘위장전입’ 기승

등록 2007-12-02 18:46

농어촌 특별전형 노린 ‘위장전입’ 기승
농어촌 특별전형 노린 ‘위장전입’ 기승
중3 도시학생 주민등록만 옮겨 전학
전남·경북 시골학생 떠밀려 먼 고교로
“전형조건 거주 3년→6년으로 늘려야”
대학입시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시행하면서 도시 출신 학생들이 농어촌 인문고로 진학해 특별전형과 내신성적의 혜택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역유학 탓에 상당수 농촌 학생들이 코 앞에 학교를 두고도 먼거리 고교로 밀려나거나 고교 평준화가 이뤄진 도시로 가족 전원이 이주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8월 말 광주에서 20~30분 거리인 전남 담양군 창평중에는 3학년 학생 14명이 무더기로 전학을 왔다. 고입 두 달 전에 3학년이 35명에서 49명으로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이 학교는 지난 해에도 3학년 학생 10여명이 전학을 해와 고입지도와 내신 산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학교는 농어촌 특별전형 시행으로 인근 창평고(모집정원 280명)가 입시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엉뚱한 홍역을 치러왔다.

교사 ㄱ씨는 “전학생 비율이 30% 안팎인 학교는 드물 것”이라며 “49명 중 15~18명은 200m쯤 떨어진 창평고에 진학하지만, 나머지는 버스를 30~40분 타야 하는 다른 학교로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ㄴ씨는 “일부 광주 학생들이 고입 때 지역제한을 피하고 대입 때 특별전형을 고려해 이곳으로 주민등록만 옮긴 뒤 부모 승용차로 통학을 하기도 한다”고 한탄했다.

경북 청도군 ㅇ중학교에도 올 2학기 들어 16명이 전학을 왔는데, 대구에서 온 학생만 12명이다. 지난해에는 30여명이 전학을 왔다. 대부분 이 학교와 같은 재단인 ㅇ고에 진학을 하려는 학생들이다. 실제로 ㅇ고는 올해도 대구 출신의 학생이 이른바 ‘명문대’ 수시전형에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지원해 합격했다.

경북 영양군 한 중학교도 2학기에 4명이 대구에서 전학을 왔다. 이들은 농어촌 특별전형 덕분에 최근 몇해 사이 대학 진학 성적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양여고로 진학한다.


교사 ㄷ씨는 “대구 인근의 구미·경산지역까지 합하면 한 해 수백 명이 이런 식으로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을 바라고 위장전입을 하거나 이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교사는 “학생들도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 있는데다 버젓이 부모 차를 타고 대구에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해마다 그런 학생들이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늘다보니, ‘누구를 위한 농어촌 특별전형이냐’는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이렇게 도시 출신 학생들이 오히려 농어촌 학생을 밀어내는 왜곡현상은 상대적으로 입시 성과가 좋은 광주와 대구 등지 일부 대도시 주변 읍·면지역 인문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입시명문으로 도약하려는 학교 당국과 지역인재를 양성하려는 자치단체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상위권 학생을 끌어오는 풍조도 이런 부작용을 부채질한다.

지난해 해남중을 졸업한 ㄷ군은 해남고(모집정원 280명) 진학이 어려워 보이자 아예 가족들과 함께 고교 평준화지역인 목포로 이주하기도 했다.

김병욱 전남도의원은 “광주·목포·순천 등지 학생들이 농어촌 인문고로 진학하면서 ‘농촌학생을 위해 차려놓은 밥상을 도시학생이 차지한다’는 불만이 높다”며 “특별전형의 대상을 농어촌 거주 3년에서 6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전남도교육청은 2004년 12월 고입 전형을 위해 학교 인근으로 위장 전입한 뒤 창평고와 장성고에 진학했던 광주 출신 중학생 19명의 합격을 취소하기도 했다.

광주 대구/안관옥 박주희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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