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장항선 타면 ‘곡선이 주는 여유’ 절로

등록 2010-06-16 16:04수정 2010-06-16 16:51

장항선 타면 ‘곡선이 주는 여유’ 절로
장항선 타면 ‘곡선이 주는 여유’ 절로
[한겨레 특집|충청권 여행] 사통팔문달 화철도여행
■ 추억만들기 안성맞춤

선로 개량 뒤 시간단축
간이역 마다 정겨운 풍경

속도의 시대, 철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선형을 개량하고 신기술의 힘을 빌려 시속 300㎞대를 주파하는 케이티엑스(KTX)가 등장한 지 여러 해다.

속도는 직선을 요구한다. 굴절과 곡선은 방해물이다. 케이티엑스는 속도를 높이려 선로를 직선화했고 철로 사이의 이음매도 없앴다. 현대의 속도감을 가장 잘 반영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여행은 그렇지 않다. 돌아서도 가고 잠시 쉬면서 온 길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래서 기차를 타고 여행한다면 빠름과 느림, 직선과 곡선, 새마을과 무궁화호가 적절히 뒤섞인 장항선이 제격이다. 아직까지 덜 개량된 장항선은 그렇게 인생을 닮았고, 충청도를 닮았다.

1930년 11월 첫 기적을 울린 장항선은 현재 충남과 전북의 8개 시·군을 관통해 달린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997년부터 장항선 개량사업을 시작해 천안역~온양온천역~신창역(16.5㎞) 구간은 복선 전철화하는 등 2008년 12월 143.7㎞ 가운데 96.6㎞를 개량했다. 현재 개량공사가 안 된 곳은 신성~보령 주포(20.4㎞), 보령 남포~보령 간치(13.7㎞), 장항~군산(11㎞) 등 45.1㎞다. 개량공사에는 모두 5517억원이 들었다. 이 개량공사로 장항선은 종착역이 장항에서 군산으로 바뀌었고, 호남선의 우회노선 기능도 갖추게 됐다.

또 천안·아산에서 케이티엑스나 경부선 철도, 수도권 전철과도 연결된다. 신창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연장 개통되면서 ‘1만원의 행복’으로 불리는 수도권 노인들의 천안·아산 나들이가 유행해, 연평균 80만명 이상의 관광 수요가 생겼고, 역세권을 중심으로 개발도 촉진되고 있다.


장항선 장항역이 새 단장을 했다. 이 역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8년 마무리한 장항선 1단계 선로개량사업에 따라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어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장항선 장항역이 새 단장을 했다. 이 역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08년 마무리한 장항선 1단계 선로개량사업에 따라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어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선로 개량사업이 진행돼 예전보다는 빨라졌다고 하지만 장항선은 경부선, 호남선에서 맛볼 수 없는 여유가 여전하다. 신창~군산(127.2㎞) 구간은 디젤기관차가 다니는 단선이기 때문이다. 마주 오는 열차를 보내기 위해 천천히 달리거나 멈춰서고, 선로 개량이 안 된 구간이 중간중간에 있다보니 무궁화호 기준으로 천안에서 종착역인 군산역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10분대로 개량 전보다 20여분 단축됐을 뿐이다.

장항선에서 평생을 근무했다는 홍경표(57·신창역 열차운용원)씨는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겹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어느 집의 문패나 마루 아래 댓돌에 놓인 신발, 텃밭을 거니는 닭들까지 볼 수 있다”며 “간이역 어디라도 내리면 시골역의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장항선이 지나는 지형적 특성을 관찰하는 것도 즐겁다. 장항선은 부드러운 평야와 언덕의 곡선이 이어지는 천안~홍성 구간, 평야와 산지가 적당히 공존하는 홍성~대천 구간, 산지와 급한 곡선이 주도하는 대천~장항 구간 등으로 구분된다. 평야지대는 예당평야가 드넓게 펼쳐지는 구간이고, 산지는 금북정맥이 지나는 곳이다.

평야지대를 달리던 열차는 규모있는 산을 만나 잠시 막히다가도 이내 탁 트인 평야를 다시 내달린다. 장항선이 인생사의 달고 쓴 맛을 모두 보여주는 노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장항선은 2단계 개량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국비 7870억원을 투입해 2018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그러나 여객과 화물 수요가 많지 않아 복선이나 전철화 계획은 없다. 2단계 공사가 끝나도 속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임연민 홍보팀장은 “장항선 2단계 선형 개량 사업이 마무리되면 시설이 현대화되고 선형 불량이 해결돼 안전한 열차 운행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