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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국 첫 ‘장애인 그룹홈’ 아파트…지역사회와 어울려 산다

등록 2017-01-30 20:09수정 2017-01-30 20:39

무지개공동회 운영 엠마우스집
6년전 전국 처음으로 문열어
8채 집서 지적장애인 30명 생활
동네 마트서 재료 사와 밥해먹고
설거지·청소도 돌아가며 맡아
자기결정권·자립심 최우선으로
장애인 거주시설 소규모화 추세
복지부 “엠마우스 모델 도입 검토”
지난 24일 저녁 광주시 북구 운암동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에서 거주인들과 정정자 원장(왼쪽 둘째), 생활재활교사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저녁 광주시 북구 운암동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에서 거주인들과 정정자 원장(왼쪽 둘째), 생활재활교사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딩동”

2xx호의 출입문 벨을 눌렀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오후 4시30분 광주광역시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을 방문했다. 엠마우스집은 장애인 소규모 생활시설이다. 하지만 아파트 바깥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알리는 간판이 없었다. 문이 열리자 거주인들과 생활재활교사 2명이 인사를 건넸다. 동행한 정정자(65) 엠마우스집 원장이 “잘들 지내요?”라며 반갑게 손을 잡는다.

ㄱ아파트 거주홈 내부는 깔끔하고 단정했다. 지적장애인(2급) 4명이 생활한다. 기초수급자가 3명이고 차상위 계층이 1명이다. 2명이 큰 방 1개를 가구로 나눠 사용한다. 방 3개는 다른 거주인 2명과 생활교사 1명의 공간이다. 정 원장은 “거주자 개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라고 말했다. 지적장애인들은 자기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생활재활교사 2명이 교대로 상주하며 가족처럼 ‘지원’한다.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는 2010년 12월 그룹홈 방식을 도입한 장애인 거주시설인 엠마우스집 문을 열었다. 그룹홈이란 보통 사회재활교사 1명이 3~5명의 장애인을 보살피는 공동생활가정으로, 1981년 10월27일 천노엘(85) 신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무지개공동회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광주시가 장애인들을 분산해 보살피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선정됐다. 엠마우스집은 149㎡(45평)짜리 아파트 8채의 거주홈에서 4명씩 모두 30명(여성 3명씩 2곳)이 생활하고 1곳의 운영센터에서 업무를 총괄한다.(지도)

이는 보통 수십명이 한 곳에서 생활하는 대형 장애인 거주시설과 다르다. 엠마우스집에 대한 해당 아파트 주민의 반발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 4명 안팎의 거주 공간이란 점이 주민들의 반대를 줄인 것으로 엠마우스집은 설명했다.

엠마우스집 거주인 중 21명은 엠마우스산업(5명), 엠마우스 보호작업장(4명) 등에 나가 일을 한다. 일반 직장에도 1명이 다닌다. 거주인 박아무개(38)씨는 “다른 공장에선 듣기 싫은 욕을 하며 무시했다. 엠마우스산업에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켜준다. 실수를 해도 인격적 모독을 안하고 존중해준다”고 말했다. 나아무개(30)씨는 “양초 파라핀 (녹이는 기기의) 온도 맞춰요. 공장 바닥에 떨어진 양초도 긁어내고, 불량품도 깬다”고 말했다. 엠마우스집 직원은 사회복지사인 생활재활교사 15명과 팀장·회계 등 모두 20명이다.

광주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 거주인들이 지난 2일 작성한 회의 일지.
광주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 거주인들이 지난 2일 작성한 회의 일지.
이날 ㄱ아파트 거주홈 거주인들과 생활재활교사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조현진(48) 생활재활교사는 “오늘은 천노엘 신부님이 보내주신 삼겹살로 저녁을 차린다. 두 분이 아파트 앞 가게에서 상추를 사왔다”고 말했다. 이곳엔 조리원이 없다. 김유정(30) 생활재활교사는 “인근 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해 원하는 반찬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설거지와 청소 등은 거주인들이 당번을 정해 돌아간다.

엠마우스집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도록 배려한다. 대형 장애인시설과 달리 엠마우스집 거주인들은 동네 미용실, 목욕탕을 이용한다. 몸이 불편하면 인근 동네의원이나 병원을 이용한다. 거주인들은 8곳 홈별로 2주에 한 차례씩 회의를 연다. “주말에 어디로 놀러갈까요?”, “무엇을 요리해 먹을까요?” 등이 주제로 등장한다. ‘거주인 회합’ 내용은 담당을 바꿔가며 매달 기록한다. 지난 2일엔 4명이 모여 오토바이·컴퓨터·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새해 소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

엠마우스 일터로 취직해 콩나물을 씻어 포장하는 일을 하는 감아무개(23)씨는 최근 미용실에서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했다. 감씨는 최근 ‘용돈을 팍 쓰지 않는다’ 등 9개 항목의 용돈 기록장 관리 다짐을 적어 책상 위에 뒀다. 용돈을 사용하는 곳과 액수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교육한다. 한달에 한 차례씩 가는 ‘테마여행’도 스스로 결정한다. 사회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에어로빅, 사진, 볼링, 등산, 공예 등의 취미생활을 지원한다. 한달에 1~2회 정도 생활재활교사들 없이 생활하는 ‘자립의 날’도 운영하고 있다. ㄱ아파트홈 거주인들은 지난달 1일 인근 노인요양병원을 찾아 큰절을 올리고 노래를 하는 등 봉사활동도 했다. 각종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적장애인들이 4명씩 공동생활을 하는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 거주인들은 지역사회 가까이서 어울려 산다. 지난 24일 밤 ㄱ아파트 거주홈 풍경.
지적장애인들이 4명씩 공동생활을 하는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 거주인들은 지역사회 가까이서 어울려 산다. 지난 24일 밤 ㄱ아파트 거주홈 풍경.
엠마우스집은 지역사회 통합형 시설로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정정자 엠마우스집 원장은 “장애인들도 말을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점진적으로 도움을 줄여가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장애인복지법(59조3항)이 개정돼 2013년부터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원을 30인 이하로 규제하면서 시설 소규모화가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조사한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을 보면, 장애인 거주시설 1484곳 중 30인 이하 시설은 1154곳(77.8%)이다. 그렇지만 정원이 100인이 넘는 대형시설도 전국 71곳에 달한다.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 한 거주인의 방 안.
엠마우스집 ㄱ아파트 거주홈 한 거주인의 방 안.
문제는 기존 대형 장애인 거주시설에 또 다른 거주시설을 더 짓는 방식으로 소규모화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광주의 ㅇ장애인 거주시설은 43명의 정원을 30명 이하로 줄이기 위해 국비와 시비 12억원을 지원받아 거주시설을 신축하고 있다. 60명이 거주하는 ㅂ장애인 거주시설도 현원을 30명 이하로 낮추기 위해 예산 12억원을 지원받아 1개 동을 더 짓고 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도심과 떨어진 곳에다 또 하나의 장애인 거주시설 건물을 지어 분리하는 형태로 정책이 흘러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엠마우스집은 장애인 시설을 소규모화 할 수 있는 대안 복지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현철 광주복지재단 장애인지원단장은 “보호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제외하면 아파트 내부 정도만 수리해 그룹홈 형태로 거주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앞으로 장애인 시설 건물을 짓는 데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엠마우스집처럼 거주홈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소규모화하는 예산은 따로 없고, 신규 시설을 짓는 것만 지원하고 있다. 엠마우스집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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