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748억원으로 편성했지만, 주민자치 관련 예산과 <티비에스>(TBS) 출연금 등은 대거 삭감했다. 연합뉴스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서울시의 2022년도 예산안을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예산안’이라고 규정하고 비판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들 모임인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4일 서울시가 2022년 예산안에서 마을공동체, 민관협치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시민의 시정참여를 막고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했다. 협의회(서초구 제외)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시의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특별시구청장 일동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성 협의회장(구로구청장)은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그동안 지속했던 노인 및 장애인복지, 임산부 지원, 도시재생사업, 시민참여, 민관협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고 자치구 예산 분담비율을 일방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며 “문제제기를 통해 복지분야 예산삭감은 일부 철회됐지만 주민자치 활성화 지원, 마을생태계 조성,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 구축 등 시민참여 확대사업 예산은 여전히 감액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일 서울시 2022년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마을공동체 등 시민단체 관련 예산을 832억원(47%) 삭감했다고 밝혔다. 시민참여예산에서 자치구 단위 예산은 올해 224억원에서 45%, 동 단위 예산은 37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성 협의회장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은 시민참여의 확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지난 10년 자치구가 주도하고 서울시가 지원해온 시민참여형 행정모델은 전국적으로 퍼졌고 이제 그 결실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은 더는 행정서비스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는다”며 “시민 스스로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의 삶을 살피고 부족한 행정을 보완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로서 환영할 일이지 훼방 놓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동안 착실하게 진전된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를 계승할 것인지, 역사적 흐름을 거슬러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갈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구청장 일동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드러난 서울시 시정철학에 동의할 수 없고 이제라도 서울시가 시민 행복을 위한 상생, 협력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김재진 서울시 예산담당관은 “시와 구의 분담비율 조정은 매년 논의해오던 사안이고 이번 조정도 서울시와 자치구가 두차례 실무회의, 한차례 구청장 회의를 통해 논의해온 사안”이라며 “전문성 부족, 잘못된 예산집행 관행 등 문제가 드러난 사업을 바로잡는 것을 민주주의 후퇴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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