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이 지난달 23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밀항에 사용된 레저보트를 조사하고 있다. 태안해경 제공
군경의 충남 서해안 연안경비가 50여일 동안 소형보트에 세 차례나 구멍이 뚫렸다. 모두 밀입국 시도로 추정돼 연안경비 강화 대책이 시급하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태안해양경찰서는 5일 태안해양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 4월부터 지난 4일까지 태안에서 발생한 2건의 밀입국 사건과 1건의 밀입국 추정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이 밝힌 2건의 밀입국 사건에 연루된 배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4월20일과 지난달 23일 각각 발견된 고무보트(40마력 엔진 장착)와 레저보트다. 해경은 4일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마도에서 발견된 고무보트(40마력 엔진 장착)도 밀입국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황준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수사정보과장은 “지난달 23일 발견된 레저보트는 중국인 8명이 타고 밀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국적의 밀입국자 4명과 이들의 이동을 도운 한국인 2명, 일자리를 알선한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 1명 등 모두 7명을 검거하고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밀입국자들은 해경 조사에서 “지난달 20일 밤 9시(한국시각)께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해변에서 8명이 레저보트에 타고 출항해 다음 날 오전 11시23분께 의항리 해변에 도착한 뒤 대기하던 승합차에 타고 일자리 알선책을 만나러 목포 등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밀항 모집책을 알게 돼 1인당 1만위안(한화 약 172만원)씩을 내고 레저보트와 연료, 식료품 등을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잇단 밀입국 범행에서 검거된 밀입국자들은 모두 과거에 한국에서 체류했다가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강제 퇴거한 전력이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생활고 때문에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해경청은 5일 밀입국 사건의 책임을 물어 하만식 태안해양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구자영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경고 조처했다. 태안해경 제공
해경이 최근 태안에서 발견된 수상한 보트들을 모두 밀입국과 관련돼 있다고 보는 것은 레저보트와 다른 경로로 밀입국한 중국인들을 검거했기 때문이다. 해경은 레저보트 밀입국 시건을 수사하던 지난달 31일 “밀입국자 같다. 수상하다”는 제보를 받고 검거한 중국인 2명으로부터 “4월19일 밀입국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이들은 4월18일 오후 5시(한국시각)께 웨이하이시 해변에서 고무 모터보트를 타고 출항해 다음 날인 19일 오전 10시께 의항리 해변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밀입국 모집책에게 1인당 1만5천위안(한화 약 260만원)을 내고 보트를 넘겨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진술에 따라 해경은 4일 발견돼 조사하고 있는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마도의 고무보트도 밀입국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해경은 의항리 고무보트를 양식장의 해산물 절도범들이 숨겨 둔 것으로 보인다며 밀항 가능성을 일축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4월 발견된 의항리 고무보트와 마도 고무보트의 모터 제조회사(파센)와 기종(40마력)이 같고, 발견된 연료통 등 유류품과 접안 때 보트를 보호하려고 밑바닥에 덧댄 알루미늄판도 동일하다. 봄철에 서해 먼바다의 파도가 잔잔해지는 특성을 노려 밀항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터는 30마력짜리를 밀항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안 경비 강화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이날 태안 밀입국 사건의 책임을 물어 하만식 태안해양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오윤용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은 경고 조처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