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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활발한 중국 출판계가 던져준 과제

등록 2007-08-17 20:49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제9회 한-중 출판학술회의가 지난 8월 3일 베이징에 소재한 중국출판과학연구소에서 열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중국출판과학연구소의 규모였다. 총원이 185명 정도인데 그중 순수 연구원만 60명 이상이라고 했다. 열흘마다 발간되는 〈출판참고〉를 비롯해 출판 관련 잡지와 연구서 등을 만드는 사람도 출판을 연구하는 것으로 본다면 실제 연구원 수는 130명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연구원 2명의 한국출판연구소와 비교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중국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출판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출판사의 인수·합병을 통한 그룹화를 추구해 왔다. 이번 일정 중에 만나본 출판 관계자들에게 지금은 한 기업의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 출판그룹들이 안정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출판과학연구소는 이렇게 성장한 출판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장 중심의 사고를 확실하게 갖추기 시작했다. 우리는 정확한 통계 하나 없어 대강 때려 맞추기에 급급한데 중국은 시장점유율 20% 이상 서점의 실제 판매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읽어내고 있었다.

쑨칭궈 베이징도서정보기술주식회사 대표가 발표한 ‘최근 5년 중국 출판시장 분야별 대중 베스트셀러 분석’이 그중 하나였다. 그는 구체적인 책들을 예로 들며, 교육·학습·성장 같은 시대정신의 기대와 추구, 경영·재테크·인간관리 등을 다룬 고전과 기업가·경영자들의 자전, 유명인의 출세담(우상숭배와 스타 추종), 영화나 드라마와 연결된 책, 서민과 패션을 다룬 인터넷 소설(한류 포함), 청춘과 신인류, 생존경쟁 압박하의 정신적 수요를 자극하는 심리 셀프 서비스와 직장 생활, 〈해리 포터〉 부류의 외국 블록버스터, 건강과 레저 관련 서적, 인기 작가의 스테디셀러, 아동도서 시장 확장으로 다양한 상품과 작가의 탄생, 텔레비전 같은 유력 매체의 대중 참여와 문화 관련서 촉진(학술의 통속화와 문화의 취미화) 등 12가지의 주요 흐름을 짚어주었다.

전자출판에서도 그들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다. 물론 우리와 달리 전자출판에 영상물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개인이 아닌 기관 수요만으로도 이익을 내고 있었다. 내수 시장의 힘과 시장 중심의 사고로 급속한 성장을 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중국이라고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위 5% 도서가 창출한 판매 수익률이 2006년에 54.74%나 되었는데, 완만하나마 매년 상승하고 있었다. 출판상업주의가 점차 가속을 받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중국 출판시장의 흐름은 우리와 비슷하다. 따라서 시장 규모가 워낙 커 1천만 부의 베스트셀러를 바라보는 중국을 대상으로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게 이번 회의에서 거둔 최고의 성과였다. 하지만 우리는 변변한 통계 하나 없이 주먹구구의 관행만 계속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 등을 통해 이뤄지는 무한 할인경쟁은 살아남기만을 강요하는 비극적 현실을 대변한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는 두려움이 매우 컸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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