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지은이와 함께]
소설가 박완서씨
“이성애 이전의 연민 갖춘 남자야말로 완전한 남자” “누구든 제 나이쯤 되면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데 진력이 나지 않겠어요? 그래도 글을 쓰는 일만큼은 늘 저를 새롭게 해 주었어요. 글을 쓰게 된 데 대해 감사합니다. 남들 퇴직할 나이에도 할일이 있으니 좋고,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고, 또 늘 깨어 있으려 하다 보니 몸은 노쇠해도 마음은 늙지 않고 정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18일 낮 기자들과 만난 박완서씨는 소설가의 기쁨과 행복을 힘주어 강조했다. “쓰려고 하는 이야기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나면, 이리저리 살을 붙여서 소설을 완성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나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과장하자면 황홀경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예요. 언어에는 의사 전달의 기능말고도 이런 시적 발견의 기쁨 같은 게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죠. 그 재미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자전적인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단한 이래 그는 거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글감을 찾아 왔다. ‘겪었거나 들은 이야기가 아니면 안 쓴다’는 식의 생활 밀착형 글쓰기는 그만큼 박완서 소설의 호소력을 높였음이다. 새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에 실린 작품들 역시 그의 직·간접 체험에서 빚어져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움을 위하여〉는 실제로 제 사촌동생 얘기입니다. 동생은 소설에서처럼 사량도 어부와 결혼해서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도 해피 엔드〉도 제가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나가다가 겪은 일 그대로예요. 맨 마지막의 긍정적인 결말만은 제 얘기가 아니라 남에게 들은 얘기를 가져다 쓴 거지만요.”
“딱 들어맞는 표현이나 문장 발견했을 땐 ‘황홀경’이죠”
[%%TAGSTORY1%%]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에서는 〈대범한 밥상〉에 가장 큰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책 제목도 그것으로 하고 싶었노라고.
“나이가 드니까 갈수록 밥이 좋아져요. 속이 안 좋을 때도 밥을 끓여 먹는 게 웬만한 약보다 낫더라구요. 제가 여름을 많이 타는데, 올 여름 더위도 몇 년 묵은 오이지와 밥만으로 이겨냈어요. 옛날에 식구들을 위해 엄마가 지어 주던 밥에는 어쩐지 밖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이 정성이라는 이름의 기일 수도 있겠지요. 밥이란 말하자면 미각의 고향이 아닐까 싶어요.”
표제작인 〈친절한 복희씨〉는 물론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제목을 따 왔다고 했다.
“남자들이 여자를 폭력적으로 ‘정복’하면 곧 그 여자를 ‘소유’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랑의 과정 없이 여자를 ‘정복’하는 따위의 짓은 영원히 상처를 남긴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보편적으로 지녀야 하는 연민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이른바 여성성을 지닌, 이성애 이전의 연민을 갖춘 남자야말로 완전한 남자가 아닐까요?”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영상 <영상미디어팀> 조소영 피디 azuri@news.hani.co.kr
소설가 박완서씨
“이성애 이전의 연민 갖춘 남자야말로 완전한 남자” “누구든 제 나이쯤 되면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데 진력이 나지 않겠어요? 그래도 글을 쓰는 일만큼은 늘 저를 새롭게 해 주었어요. 글을 쓰게 된 데 대해 감사합니다. 남들 퇴직할 나이에도 할일이 있으니 좋고,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고, 또 늘 깨어 있으려 하다 보니 몸은 노쇠해도 마음은 늙지 않고 정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18일 낮 기자들과 만난 박완서씨는 소설가의 기쁨과 행복을 힘주어 강조했다. “쓰려고 하는 이야기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나면, 이리저리 살을 붙여서 소설을 완성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나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과장하자면 황홀경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예요. 언어에는 의사 전달의 기능말고도 이런 시적 발견의 기쁨 같은 게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죠. 그 재미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자전적인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단한 이래 그는 거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글감을 찾아 왔다. ‘겪었거나 들은 이야기가 아니면 안 쓴다’는 식의 생활 밀착형 글쓰기는 그만큼 박완서 소설의 호소력을 높였음이다. 새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에 실린 작품들 역시 그의 직·간접 체험에서 빚어져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움을 위하여〉는 실제로 제 사촌동생 얘기입니다. 동생은 소설에서처럼 사량도 어부와 결혼해서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도 해피 엔드〉도 제가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나가다가 겪은 일 그대로예요. 맨 마지막의 긍정적인 결말만은 제 얘기가 아니라 남에게 들은 얘기를 가져다 쓴 거지만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