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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그 유쾌한 상상

등록 2007-11-09 19:13수정 2007-11-09 20:34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그 유쾌한 상상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그 유쾌한 상상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 정말 좋겠네〉
박원순·전유성·박준형 외 지음/위즈덤하우스·1만1800원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공동창작
네티즌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가득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개그맨도 동참

“식품 유통기한 글씨는 왜 안 보이는 곳에 꼭꼭 숨어 있지?” “지하철에 아이들을 위해 낮은 손잡이가 있으면 좋을 텐데.” “주민등본처럼 주민증도 전국 어느 동사무소에서나 재발급이 가능하지 않을까?”

사소한 문제의식에서 상상력이 발동하고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정치인들의 거대 담론보다 시민들의 작은 관심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센터 웹사이트(www.makehope.org/idea)에는 7일 현재 1885개의 아이디어가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관용차를 경차로 바꾸기’ ‘수영장 생리 할인제’ 등 30여개의 제안은 담당 기관에 의해 정책으로 입안됐거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책은 ‘희망 메이커’라 명명된 반짝이는 시민들의 공동 창작물이다. 여기에 박원순 변호사가 외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아이디어 실현 사례를 사진과 함께 담았고 개그맨 전유성씨와 박준형씨의 발칙한 상상도 만날 수 있다. ‘희망’과 ‘웃음’을 동시에 캐스팅해서 엮어낸 유쾌한 세상 이야기 자체가 이 책의 첫번째 아이디어라 할 만하다. 포근한 삽화와 함께 꾸며져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으며 성질 급한 어른들을 위해 페이지 귀퉁이마다 ‘침 바르는 부분’을 표시해 놓았다.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 정말 좋겠네〉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 정말 좋겠네〉
이 책은 △소비자와 기업의 애정행각 노하우 △행복한 아이들을 위한 선택 △더불어 즐거운 돈벌이 △향기 가득한 친환경 △힘내라 이웃 △오감만족 도시 만들기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코리아의 순서로 구성됐다.

장난감에 쉽게 싫증을 내는 아이들을 위해 ‘쿠폰제 장난감 운영소’를 운영해 다른 장난감과 교환할 수 있게 하고 오지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보내주면 좋겠다는 제안은 따뜻하다. 남자의 군 경력을 호봉에 반영해주듯 국가 경쟁력을 키워주는 출산 여성에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주장엔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하철에서 아이에게 수유를 할 수 있도록 와이어 커튼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애틋하기까지 하다. ‘8살 미만 출입금지’라는 공연장의 팻말은 엄마에게 야속하기만 하다. 일부 교회처럼 유리방과 스피커를 별도로 설치해 아기와 문화적 교감을 함께 나누도록 배려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분위기를 바꿔 싱글들을 위한 반찬축제 제안을 들어보자. ‘돌싱’(결혼했다가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돌아온 싱글)도 끼워주자. 농가와 직거래로 재료를 조달하고 싱글들이 많이 사는 대학가에서 축제를 연다면 뽕도 따고 님도 보는 싱글탈출 이벤트가 될 수 있을 법하다. 박준형씨는 아예 ‘솔로 영화관’을 만드는 게 새로운 커플 탄생의 지름길이라고 거든다.

“비 오는 날 건물에 들어갈 때 우산에 씌우는 비닐은 환경에 좋지 않으니 일본처럼 우산 탈수기를 사용하자.” “용산에서 파는 초음파 모기 퇴치기를 선풍기에 달자.” “쇼핑카트에 계산기를 부착해 충동구매를 막자.” “영국처럼 과속 방지턱을 발전장치로 만들자.” 등등 기발한 생활 테크놀로지 제안이 그칠줄 모른다.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그 유쾌한 상상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그 유쾌한 상상
뜨끔한 제안도 많다. 공적인 업무로 적립된 법인카드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사용하면 공금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기업과 카드사가 머리를 맞대고 아름다운 사용처를 찾아본다면 세상은 훨씬 맑고 밝아질 것이다. 빈부차에 상관없이 똑같은 범칙금은 과연 공평한 것인가? 핀란드에선 범법자의 재산상태를 고려해 차등 부과한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의 회장이 낸 과속 범칙금은 1억3천만원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에서 복권은 제안자 전유성씨의 말을 빌리면 버스차선을 달릴 수 있는 당첨권이다. 제안자의 맥락과 상관없이 고속도로라는 세상에서 통행권이 돈으로 매개되는 진입장벽이라면 복권은 추첨으로 경계선을 일탈하는 평등권이다. 박원순씨는 자신의 명함에 ‘소셜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달았다고 한다. 불평등한 제도에 평등의 색깔을 칠하고 어두운 사회에 밝음을 스케치하며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수많은 시민의 창의력이 물감이 되고, 아이디어가 붓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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