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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말하는 소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등록 2007-11-16 21:25

〈소와 함게 여행하는 법〉
〈소와 함게 여행하는 법〉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김도연 지음/열림원·9000원

강원도 평창에서 농사를 지으며 글을 쓰는 김도연(41)씨가 첫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내놓았다. 작가는 두 권의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십오야월〉에서 ‘농촌 총각’이자 ‘소설 총각’인 자신의 삶을 환상적인 터치로 묘사한 바 있다. 이번 소설 역시 작가 자신을 연상시키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두 남녀와 소 한마리가 전국을 떠돌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다.

김도연씨의 소설에서는 소와 개와 닭과 오리 같은 가축들이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그것이 김도연 소설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함은 물론인데, “소가 말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번 소설 역시 그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이번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농사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귀찮기만 한 암소 한 마리를 소시장에 팔려고 트럭에 싣고 나왔다가 소와 함께 전국을 여행하는 신세가 된다. 그 여행에는 막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나온 옛 애인이 동행하게 된다.

강원도를 출발해 경북 청송과 포항을 거쳐 전라도 해남과 영암, 고창, 그리고 충청도 대천 해수욕장을 거쳐 서울 조계사까지 답파하는 그 길을 이번에는 소와 함께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은 현실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꿈속의 일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마음의 여정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소는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과 비슷한”(175쪽) 구실을 하는데, 소가 비추는 ‘나’의 마음의 한가운데에는 그 옛날 자신을 버리고 친구를 택했던 여자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셋은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215쪽) 가기로 결정하는데, “세상 길은 다 집으로 가는 길”(212쪽)이라는 구절은 이들의 여정이 불교에서 말하는 심우도와 유사한 것임을 암시한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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