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하이에나를 죽여라〉
〈한국경제 하이에나를 죽여라〉
이원재 지음/더난출판·1만2000원 대선 때마다 단골로 출마하는 ‘유령 후보’가 있다. 결혼하면 1억을 주겠다는 경제공화당의 허경영 후보가 아니다. 옛 민주공화당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유력 후보들이 그의 ‘향수’를 경쟁적으로 뿌리며, 어떤 후보 단일화보다 더 강력한 소구 효과를 줄 것이라고 믿는 ‘후보 동일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한국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역대 대통령은 단연 박정희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경제 하이에나를 죽여라>는 이러한 ‘박정희 현상’을 유권자들의 정신적 노화 탓으로 돌리진 않는다. “저녁 노을에 비치는 모든 것은 (심지어 단두대조차) 향수의 유혹적 빛을 띠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정희 향수’에 숨은 모방·통제 버리고
‘테레사+구글’ 사회책임경영에서 희망찾기
총생산 대신 총행복 우선하는 사회로 개발독재 시대에는 대기업의 부실을 은행이 기꺼이 떠안아줬고 노동자들은 평생 고용에 익숙했다. 이게 무너진 게 1997년 외환위기였다. 환란 뒤 정부는 국가의 위험을 기업과 개인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대마불사 신화가 깨지고 은행들이 문을 닫고 정리해고가 이어졌다. 고통스런 터널의 끝은 저위험 국가와 고위험 국민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국가의 통제에 의한 위험관리체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서지 않아 사람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박정희 향수가 여기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 향수는 강력한 지도자와 안전한 사회에 대한 그리움이다. 불안의 바닥엔 바로 하이에나가 숨어 있다. 표범이 영양을 물어 쓰러뜨릴 때 피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는 떼로 달려들어 사냥감을 뺏는다. 사자들이 코끼리를 쓰러뜨릴 땐 얌전히 기다린 다음에 남은 시체를 뒤져 먹는다. 계획경제 시대에 채택했던 전략이 바로 하이에나의 생존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사자나 표범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이에나는 굶어죽거나 직접 사냥에 나서야 한다. 하이에나의 딜레마는 아직 사자가 되지 못한 대한민국의 딜레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요 수단은 임금 통제였으며 전태일은 하이에나의 희생양이었다. 모방과 통제라는 하이에나 패러다임의 맞은 편엔 창조와 상상이라는 희망의 패러다임이 있다. 썩은 고기만을 먹는 하이에나의 처지에서 벗어나 초원의 자유로운 영웅으로 등극할 기회 앞에 서 있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이제 하이에나 죽이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하이에나를 죽이면 한국경제의 정글엔 무엇이 살아날까? 거대기업이 아웃소싱을 확대하면서 소규모 지식노동 기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지은이는 답한다. 이제 밀림은 거대한 코끼리 몇 마리와 그 사이를 민첩하게 뛰노는 수많은 벼룩이 주도하는 곳으로 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양극화로 사슴 같은 중견 벤처가 빠진 풍경은 쓸쓸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코끼리가 연방주의적 기업조직을 갖추고 지식이라는 생산수단을 가진 벼룩에게 수익을 나눠줌으로써 상생의 패러다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은이의 촉수는 예·체능의 영역까지 넓게 뻗쳐 있다.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물구나무를 선 채 멋들어지게 춤을 추는 비보이에게서 창조의 역동성을 발견한다. 라운드 방식 변화를 예측하고 강궁 사법과 장비 한국화로 세계를 명중시킨 한국 양궁에서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성을 읽어낸다. 테란 종족의 수송기를 전투기로 변신시킨 스타크래프트의 임요환에게서는 재발견의 부가가치를 포착한다.
불안을 해소하려면 실패를 관리하는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지은이는 사회 안전망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고 본다. 국가가 관리하기에는 한국경제가 너무 커버렸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기업의 접목은 ‘하이브리드’ 발상으로 구체화한다. 미래가 보장된 박사 과정을 때려치고 검색엔진에 미친 두 사람 덕에 탄생한 구글의 신화가 한켠에 있다. 다른 한켠엔 고결한 수도복을 인도의 흰 사리로 갈아입고 밑바닥으로 뛰어든 마더 테레사가 있다. 테레사의 가치를 지키면서 구글의 꿈을 이루는 기업의 다리가 세상을 떠받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 책은 사회책임 경영 못지않게 사회책임 소비를 강조한다. 소비자가 기업의 손바닥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소비하면 기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물건 고를 때도 투표한다. 카트에 어떤 물건을 담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고 경제연구소를 이끄는 지은이의 경제적 관점은 무엇일까? 굳이 용어로 재단한다면 케인스학파도 한계효용학파도 아닌 ‘행복경제학파’가 어울려 보인다. 행복경제학은 돈으로 계산되는 국민소득뿐만 아니라 행복지수도 따진다. 부탄의 국왕은 국정의 우선순위를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에 두겠다고 했단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행복 방정식을 함께 풀자고 제안하고 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이원재 지음/더난출판·1만2000원 대선 때마다 단골로 출마하는 ‘유령 후보’가 있다. 결혼하면 1억을 주겠다는 경제공화당의 허경영 후보가 아니다. 옛 민주공화당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유력 후보들이 그의 ‘향수’를 경쟁적으로 뿌리며, 어떤 후보 단일화보다 더 강력한 소구 효과를 줄 것이라고 믿는 ‘후보 동일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한국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역대 대통령은 단연 박정희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경제 하이에나를 죽여라>는 이러한 ‘박정희 현상’을 유권자들의 정신적 노화 탓으로 돌리진 않는다. “저녁 노을에 비치는 모든 것은 (심지어 단두대조차) 향수의 유혹적 빛을 띠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정희 향수’에 숨은 모방·통제 버리고
‘테레사+구글’ 사회책임경영에서 희망찾기
총생산 대신 총행복 우선하는 사회로 개발독재 시대에는 대기업의 부실을 은행이 기꺼이 떠안아줬고 노동자들은 평생 고용에 익숙했다. 이게 무너진 게 1997년 외환위기였다. 환란 뒤 정부는 국가의 위험을 기업과 개인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대마불사 신화가 깨지고 은행들이 문을 닫고 정리해고가 이어졌다. 고통스런 터널의 끝은 저위험 국가와 고위험 국민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국가의 통제에 의한 위험관리체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서지 않아 사람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박정희 향수가 여기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 향수는 강력한 지도자와 안전한 사회에 대한 그리움이다. 불안의 바닥엔 바로 하이에나가 숨어 있다. 표범이 영양을 물어 쓰러뜨릴 때 피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는 떼로 달려들어 사냥감을 뺏는다. 사자들이 코끼리를 쓰러뜨릴 땐 얌전히 기다린 다음에 남은 시체를 뒤져 먹는다. 계획경제 시대에 채택했던 전략이 바로 하이에나의 생존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사자나 표범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이에나는 굶어죽거나 직접 사냥에 나서야 한다. 하이에나의 딜레마는 아직 사자가 되지 못한 대한민국의 딜레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요 수단은 임금 통제였으며 전태일은 하이에나의 희생양이었다. 모방과 통제라는 하이에나 패러다임의 맞은 편엔 창조와 상상이라는 희망의 패러다임이 있다. 썩은 고기만을 먹는 하이에나의 처지에서 벗어나 초원의 자유로운 영웅으로 등극할 기회 앞에 서 있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이제 하이에나 죽이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하이에나와 작별하고 ‘행복 경제’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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