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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신감’ 배트 휘두르니 ‘연승 인생’ 쾅!

등록 2008-03-21 21:13

〈자신감〉
〈자신감〉
〈자신감〉
로자베스 모스 캔터 지음·허형은 옮김/황금가지·1만6000원

스포츠 경기서 뽑은 예화 바탕으로
무력감은 패배 낳는다 강조
진짜 자심감은 오만·절망 사이 균형

1975년 5월 서울운동장 야구장. 대통령배 고교야구 1회전 광주일고와 보성고의 경기. 9회말 1사 후 1 대 0으로 뒤지고 있던 광주일고는 비 내리는 호남선을 타야 할 처지로 보였다. 볼 넷을 얻고 나간 주자를 1루에 둔 채 등장한 선수는 3번 타자 이현극. 들어서자마자 초구를 받아친 공은 “딱” 소리와 동시에 담장을 넘어갔다.

순식간에 승패가 뒤바뀌며 경기는 끝났지만 열광하는 3만 관중들은 운동장을 떠날 줄 몰랐다. 그 뒤 광주일고는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라 이젠 전설이 돼버린 김윤환 선수의 3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막강 경북고를 누르고 26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다. 이들은 1970년대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은 군산상고 선수들과 함께 훗날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해태 타이거즈의 창단 주력군이 된다. 그 동력은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승부 근성과 팀워크 그리고 강한 자신감이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로자베스 모스 캔터가 쓴 〈자신감〉은 지은이를 스포츠 전문가로 착각하게 할 만큼 운동 경기에 얽힌 풍부한 일화를 통해 삶의 연패에서 벗어나 연승으로 가는 나침반을 제시하고 있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자신감 여부이며 동료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 그리고 대외적 자신감이 뒷받침되면 성공의 무한궤도를 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코네티컷대학의 여자 농구팀이 전력이 떨어졌는데도 70연승을 기록하고, 파산 선고를 받았던 콘티넨털 항공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은 모두 자신감 덕분이다.


‘자신감’ 배트 휘두르니 ‘연승 인생’ 쾅! 그림 김영훈 기자.
‘자신감’ 배트 휘두르니 ‘연승 인생’ 쾅! 그림 김영훈 기자.
반대로 무력감은 습관적 패배를 낳는다. 경기가 0 대 0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은 잘못됐다. 지워진 지난 경기의 전광판 숫자가 이번에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차의 주행 기록계를 0으로 맞춰도 그 차는 여전히 낡은 차다. ‘불독에 립스틱을 발라봤자 불독일 뿐’이라는 그의 풍자를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 하드 디스크 제조업체인 시게이트의 경영이 어려웠을 때 ‘슬레이브게이트’라는 병적 징후가 나타났다. 직원들은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고 휴일도 없이 하루 16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오죽하면 강압적인 간부의 책상에 불발 수류탄을 몰래 갖다 놓기도 했단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자신감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자신감은 오만과 절망 사이의 균형점이다. 호황기에는 오만해지기 쉽다. 밀물은 물이 새는 배까지 전부 들어 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럼 썰물 때는 어떻게 되겠는가?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 명답이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의 온갖 멍청한 짓들이 드러나고 있다. 썰물이 시작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또 자신의 투자 실수를 고백하면서 “잠자리에 들 때는 다들 미녀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왜들 그리 못생겼는지 …” 라는 노랫말을 인용하며 선정성 논란을 비껴가는 익살을 부렸다.

1995년 요하네스버그 스타디움. 럭비 월드컵 경기가 끝나자 만델라 대통령이 필드로 걸어 나왔다. 선수 중 흑인은 단 한 명뿐일 정도로 럭비는 남아공에서 흑백 차별의 상징 중 하나다.

흑인 대통령이 녹색과 금색이 섞인 백인들의 운동복 상의를 입고 팀의 주장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순간 백인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무언가에 도취된 관중들은 이내 만델라의 애칭인 ‘만디바’를 외치기 시작했다. ‘만디바 마법’에 걸린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희망을 퍼뜨리는 능력 말이다. 만델라는 자신감을 전파하는 데 성공한 ‘물 위를 걷는’ 리더였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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