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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에이, 말도 안돼~ 그런데 왜 보고 있지?

등록 2008-07-27 18:44수정 2008-07-27 19:25

조강지처클럽
조강지처클럽
대한민국 통속극 대표작가 문영남·임성한 닮은점·다른점
문영남과 임성한. 방송 통속극의 두 대표주자다. 문 작가가 쓰는 에스비에스 <조강지처클럽>은 시청률 30%를 넘어 전체 프로그램들 중 1~2위를 다투고 있다. 전작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에 이어 인기 행진 중이다. 지난 5월 끝난 임 작가의 문화방송 <아현동 마님>은 2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전작 <하늘이시여> <인어아가씨> <보고 또 보고>의 성적이 30~40%로 워낙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말할 정도다. 두 작가는 모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안티팬들을 몰고 다닌다. 80부작을 예정하며 시작해 두 차례 늘린 뒤 오는 9월 104회로 끝을 맺는 <조강지처클럽>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억지 설정”이라는 비난글이 줄줄이 이어진다.

극단적 설정과 캐릭터, 명확한 선악 구도로 격렬한 애착과 혐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두 작가의 작품은 닮은 구석이 많다. 둘은 제작발표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 작가’이기도 하다. 2000년대 대한민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통속성을 대표하는 두 작가의 드라마 세계를 들여다본다.

≒ 극한상황 설정·독특한 캐릭터와 별스런 이름
≠ 신인 스타급 성장·중견 연기자 재도약 디딤돌

■ 극한 설정의 끝은 어디에 극한 대립은 두 작가의 작품에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블랙홀로 쓰이지만, 이를 만드는 방식은 다르다. <조강지처클럽>은 전형적인 이야기를 겹겹으로 쌓아 극단을 강화한다. 큰 줄거리는 조강지처 속 썩이고 바람피운 남자들이 결국 후회한다는 닳고 닳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남자들은 바람도 떼로 피우고 한 번에 그치지도 않는다. 어머니 안양순은 다른 살림까지 차린 남편 한심한이 교통사고로 걷지 못하게 되자, 한심한뿐 아니라 두 번째 부인까지 거둬 함께 산다. 안양순의 큰아들 한원수는 모지란과 바람을 피우며 부인 나화신을 차버리는데 나화신이 멋진 여자로 변신하자 다시 합치자고 달려든다. 안양순의 딸 한복수는 생선 장사해 남편 이기적을 의사 만들어놨더니, 이기적이 잇따라 두 번 바람이 났다. 복수는 이기적의 첫 애인 정나미의 남편 길억과 연인이 되는데, 재혼하려는 참에 하필이면 정나미가 “네 애를 가졌다”고 길억 앞에 나타나 훼방을 놓는다.

전형성을 두세 배로 증폭시키는 문 작가와 달리, 임 작가는 애초 파격적인 설정을 세운다. <하늘이시여>에서 어머니는 자신이 버린 친딸과 키운 양아들을 결혼시키려고 애쓴다. <인어아가씨>에서 눈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려고 주인공은 아버지가 아끼는 이복 여동생의 남자를 뺏는다.

장밋빛 인생(왼&#51902;) 인어아가씨(오른쪽)
장밋빛 인생(왼쪾) 인어아가씨(오른쪽)
■ 욕망의 직설화법, 야생의 인간들 극한 뼈대를 메우는 살은 그야말로 예의 따위에 굴하지 않는 ‘야생의 인간’들이다. 나화신을 겨우 꼬셔 아이와 함께 캠프를 왔는데 모지란이 쫓아오자 한원수는 모지란을 몰래 차에 태운 뒤 뜨겁게 키스하고 “너 이거 바라고 여기 온 거니까 이제 가”라며 “집에 가서 내 빤스(팬티)나 더 사놓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래도 모지란은 “자기야”란다. 시청자들은 “완벽하게 어이 상실”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복수가 이혼하려 하자 아쉬워진 기적은 이혼서류를 빼돌리려 하고 둘은 길바닥에서 쥐어뜯으며 육탄전도 벌인다.


<조강지처클럽>이 주는 재미의 고갱이는 한원수, 이기적 등 못된 남편들이 두 손 싹싹 비는 데서 오는 통쾌함이다. 여자 주인공들은 남편이 바람피워도 이혼하자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도록 기댈 곳 이 없는, 한 많은 서민이다. 이들은 극 초반 철저한 피해자로 그려지고, 철없는 남편들은 악의 축이다. 문 작가는 여자들이 겪는 현실의 구차함을 극대화한 뒤 그 위에 판타지를 올려놓으며 공감과 동경의 냉·온탕을 오간다. 임 작가의 여자 주인공들은 더 당찬 인물들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이들이 상류층 사회로 편입해 들어가는 과정인데, 이를 방해하는 시어머니 등 다른 여성들이 악당 무리를 꾸리고 극한 대립을 만든다. 보통 마음에 있어도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중산층의 비틀린 욕망과 편견을 이 무리가 대신 날것 그대로 표출해준다. “~따위”가 붙는 특정 직업 비하 논란이 잇따르는 까닭이다. 작가 말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게, 욕하면서도 궁금해서 계속 보도록 이야기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출생의 비밀 등을 쥐고 있는 인물이 돌연사해버리는 식이다.

두 작가의 여자 주인공들은 다른 방식으로 산전수전을 겪어내지만, 결국 이들을 구해주는 주체는 개과천선한 남편이고, 부잣집 도령들이다. <조강지처클럽>처럼 남편들의 악랄한 행태를 잘근잘근 씹어도, <인어아가씨>처럼 똑똑한 만능 여자가 주인공이어도, 가부장적인 세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는다.

■ 사람 이름 맞아? 튀는 이름과 캐스팅 두 작가의 드라마 속 인물들은 단순하고 명확한 사람들이다. 문 작가는 이름 석 자로 캐릭터를 요약한다. <조강지처클럽>에서 바람피우는 남자들의 이름은 한심한, 한원수. 나화신을 사랑하는 재벌 2세는 구세주이고 둘 사이를 방해하는 여자는 이름이 방해자다. <장밋빛 인생>에서 바람피우며 아내를 괴롭히다가 처절하게 반성하게 되는 남편의 이름은 반성문이다. 어느 부분부터 드라마를 봤건 시청자는 이름만 듣고도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임 작가도 기억에 남기 쉬운 독특한 이름을 쓴다. <아현동마님>에서 남자 주인공 이름은 부길라, 그의 어머니는 사비나다. <인어아가씨>에서 주인공은 은아리영, ‘마마보이’ 캐릭터의 이름은 마마준이었다.

문 작가의 작품은 연기자들의 재도약 발판이다. <장밋빛 인생>은 가정사로 고통을 겪은 최진실의 복귀작이었으며 <조강지처클럽>으로 오현경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중견 연기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동시에 고난을 딛고 성장하는 배우의 현실과 드라마 속 캐릭터를 비슷하게 엮어놓아 드라마의 현실감을 높이는 전략이기도 했다. 임 작가의 드라마는 신인을 주연급으로 단박에 올려놓는 구름판이다. <보고 또 보고>의 김지수,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왕꽃선녀님>의 이다해, <하늘이시여>의 윤정희 등을 키웠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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