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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서바이벌 프로의 ‘눈물’ 마일리지

등록 2014-11-07 18:50수정 2014-11-08 11:07

<믹스 앤 매치>
<믹스 앤 매치>
[토요판] 안인용의 미래TV전략실
세계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팔릴 것 같으면 ‘케이’(K) 딱지를 붙여대는 요즘, 수많은 ‘케이’들 중에 단연 가장 핫한 ‘케이’가 있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이다. ‘시’(C)가 아니라 ‘케이’(K)다. 양현석 대표는 ‘아이콘’이라는 이름에 대해 “케이팝의 대표가 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이콘은 팬이 아니라면 좀처럼 따라가기 쉽지 않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지난 목요일 비아이(B.I)와 바비, 김진환, 구준회, 송윤형, 정찬우, 김동혁 등 일곱 명으로 최종 데뷔 멤버를 확정했다.

아이콘의 시작은 지난해 8월 <엠넷>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후 이즈 넥스트 : 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습생 11명이 에이(A)팀과 비(B)팀으로 나뉘어 경쟁을 하고 최종 우승한 팀이 데뷔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A팀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고, ‘위너’라는 이름으로 올해 데뷔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B팀 여섯 명에게는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 그 기회란 또 한 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9월 방송을 시작한 <엠넷>의 <믹스앤매치>(사진)를 통해 연습생 생활을 가장 오래 한 비아이와 바비, 김진환의 데뷔가 확정됐고, 나머지 세 명은 새로 합류한 세 명의 연습생들과의 경쟁을 거쳐 그중 네 명이 아이콘으로 데뷔했고 두 명은 탈락했다. ‘6+3-2=7’이 되었다는 얘기다.

두 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사이에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있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이다. 비아이와 바비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신분으로 경쟁에 뛰어들었고, 바비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정리하자면, 지난해 8월부터 세 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보아왔고 <쇼미더머니3>의 음원으로 이들의 음악을 들었으며 최근에는 에픽하이의 ‘본 헤이터’(Born Hater)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했는데, 아직 정식 데뷔는 하지 않았다는 ‘반전의 스토리’다.

위너와 아이콘의 데뷔 과정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충 분석한 결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신인 아이돌 그룹 데뷔 전략의 핵심은 ‘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눈도장’ 전략이다. <후 이즈 넥스트 : 윈> 당시 우승한 A팀에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미 눈도장을 찍은 강승윤과 이승훈 등 익숙한 얼굴과 이름이 포진해 있었다. 이들이 그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를 직접 목격한 시청자들은 A팀을 선택했다. 이번 <믹스 앤 매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쇼미더머니3>에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비아이와 바비는 일찌감치 멤버로 결정됐고, 나머지 기존 멤버 세 명도 모두 데뷔 멤버가 됐다. 중간에 합류한 세 명 중에는 단 한 명만이 데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익숙한 얼굴과 이름, 그리고 시간의 힘은 대단하다. 눈도장 전략은 데뷔 이후에도 여전히 힘이 있다. 막 데뷔하는 신인 그룹인데도 웬만한 2~3년차 아이돌 그룹보다 인지도가 높다.

또 다른 전략은 ‘눈물’이다. 이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하면서 흘린 눈물을 모으면 1.5리터 페트병 하나는 나올지도 모르겠다. 연습생,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라는 존재론적 불안만으로도 울컥하는데, 미션을 수행하느라 몸도 힘들고 옆에 앉은 동료이자 경쟁자와 신경전을 벌이느라 마음도 힘들다. 여기에 각자 집안 사정까지 더해져 매번 눈물바람이다. 미안해서 울고, 고마워서 울고, 분해서 울고, 이겨서 운다. 이렇게 울 때마다 인기 마일리지는 차곡차곡 쌓인다. 눈물 흘리는 남자만큼 여심(이라고 쓰고 정체 모를 모성애라고 읽는다)을 흔드는 게 없다.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전략이 기획사들에는 매우 솔깃한 것이 틀림없고 적어도 한동안은 계속되겠지만 이들의 ‘눈물’만큼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더 높은 뜀틀, 더 어려운 장애물을 앞두고 잘하고 싶어서 이를 앙다물고 흘리는 눈물은 납득할 수 있지만, 이들 사이의 경쟁 구도 때문에, 결국 사람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과연 이렇게나 많이 필요한 걸까. 서바이벌이라는 시스템이, 그리고 ‘한’의 정서가 이제 막 시작하는 이들의 정신세계에 상처를 내지 않길 바란다. 잘생긴 얼굴에 눈물 자국이 어디 어울리나.

안인용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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