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가 ‘전무후무한 전현무’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면 자신의 캐릭터 그대로 세상에 이야기해야 한다. 전현무 제공
[토요판]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
추석 특집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성적표가 나왔다. 문화방송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농구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가 9.9%로 가장 높았고, 에스비에스 <케이밥스타-어머니가 누구니>(8.1%), 문화방송 <듀엣가요제 8+>(7%), <위대한 유산>(6.8%), <능력자들>(6.5%) 등이 뒤를 이었다. 아이돌 관련 예능프로그램은 늘 그렇듯 선전했고, ‘1990년대’와 ‘쿡방’ 등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도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추석 특집 예능에서 찾아낼 수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전현무’다. 전현무는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은 <아육대>와 <어머니가 누구니>, <듀엣가요제 8+>에 모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들의 선전에 전현무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전현무가 선택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대세’인 전현무에게 좋은 제안들이 가고 있고, 전현무의 ‘촉’ 역시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현무’가 이번 추석의 키워드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전현무는 한국방송을 퇴사한 지 3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무후무 전현무쇼>(이하 전현무쇼)가 바로 그것이다.
전현무는 전무후무한 방송인이다. 전현무는 입사부터 남달랐다. ‘언론고시 3관왕’이라는 별명처럼 신문사와 뉴스채널 방송사, 그리고 한국방송까지 3개 언론사 시험을 모두 통과했고, 그렇게 한국방송에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하고 나서는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을 마다하고 ‘예능 엠시(MC)’ 꿈나무의 길을 걸었다. <스타 골든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불후의 명곡> 등을 진행하고 <해피투게더> 등 예능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몸치에 가까운 몸짓으로 아이돌 그룹 춤을 따라했고 웃음을 위해서는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2012년에 한국방송을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나서는 공중파부터 작은 케이블 채널까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뭐든 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약 3년 동안 출연한 프로그램을 세어보면 약 40개에 이른다. 제이티비시 <히든싱어>와 <비정상회담>, <크라임신>, 문화방송 <나 혼자 산다>, 티브이엔 <수요미식회>와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등 방송계의 트렌드를 이끈 히트작도 많다.
깐죽거리는 비호감 캐릭터가
예능과 맞물려 ‘대세’가 된 남자 그의 우상인 래리 킹처럼
‘전현무쇼’로 1인 버라이어티 도전 하지만 성대모사·막춤 있을뿐…
전무후무한 통찰력을 발휘할 때 전현무의 전무후무함은 무엇보다 그의 캐릭터에 있다. 전현무는 한국방송 아나운서 시절부터 출연자들에게 깐죽거리는 비호감 밉상 캐릭터였다. 얄밉게 되받아치고 거침없이 공격하며, 진지함이나 겸손함 같은 건 취급하지 않는 그의 화법은 예능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집을 치우는 걸 귀찮아하지만 보톡스나 눈밑 지방 제거 등 외모에는 지대한 관심이 있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만 고집하는, 예쁜 연예인에게는 열광하지만 막상 여자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명문대를 나왔지만 머리가 좋다기보다 주입식 교육의 결과물에 가깝다고 말하는 그의 뻔뻔하리만큼 솔직한 성향과 취향은 전현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핵심이다. 동시에 전현무는 누구보다도 자기계발에 열심인 모범생이다.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것으로도 부족해 매일 아침 7시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어 공부에 여념이 없다. 전현무는 누구보다도 성공을 지향하며 성공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가 아나운서 시절부터 얘기해온 그의 목표는 토크쇼 진행자의 대명사인 ‘래리 킹’이다. 이메일 주소도 ‘래리 전 라이브’다. 그리고 전현무는 10년 만에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게 바로 <전현무쇼>다. <전현무쇼>는 아무것도 없는 작은 세트장에 전현무가 혼자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을 ‘1인 미니멀라이즈 버라이어티’라고 정의하며 토크쇼와 뉴스, 리얼 버라이어티가 합쳐진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그다음에 전현무처럼 한국방송을 퇴사하고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방송인 신영일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대본이 없다” “특이한 방송이다” “제작비가 적다” “인터넷방송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뭘 보여주기도 전에 이 프로그램의 ‘전무후무함’을 강조한다. 첫번째 코너는 탤런트 이계인과 가수 김흥국을 게스트로 불러 전현무와 <전현무쇼>에 대해 진단한 ‘긴급대담’ 토크다. 어두운 배경에 세명이 삼각형으로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제이티비시 <썰전>과 기타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한 그림이다. 전현무가 늘 대여섯명 이상의 출연자들과 함께했기에 오직 2명과 마주앉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진행자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전현무는 익숙한 ‘아핡핡핡’ 웃음을 발사하며 맞장구치기에 바쁘다. 다음 코너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준비한 ‘전현무념무상대회’다. 코너 이름은 참신했지만 막상 열어보니 게스트 당일 섭외와 즉흥적인 진행 등 그간 많이 봐온 진행이 전부다. 연예인들이 실시간 개인 인터넷방송을 하고, <1박2일>의 원년 멤버들이 인터넷방송을 하는 시대다. 공영방송에서는 이 정도의 형식 실험이 꽤나 참신한 시도일지 모르겠지만 시청자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마지막 코너 ‘미래보고서’는 <전현무쇼>에서 가장 기대한 코너다. ‘긴급대담’과 ‘전현무념무상대회’는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지만, 뉴스를 내세운 ‘미래보고서’에서는 새로운 전현무와 진짜 새로운 형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제이티비시 <뉴스룸>을 연상시키는 세트까지는 괜찮았다. 다른 채널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는 패기는 좋다. 문제는 손석희의 말투를 흉내내는 앵커 전현무와 래리 킹처럼 멜빵을 하고 나타난 기자 전현무, 그러니까 전현무가 1인 2역을 하면서 시작됐다. ‘2300년 한국이 멸망한다’는 자막을 배경으로 앵커 전현무의 어색한 성대모사와 저출산에 대한 기자 전현무의 부자연스러운 리포트가 이어졌다. 웃으라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가운데 기자 전현무가 유치원에 나가 아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부분 역시 아이들의 순수함을 즐기라는 건지 아니면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메시지를 읽으라는 건지 애매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랑스의 제도와 덴마크의 출산 장려 캠페인을 소개하는 중간에는 전현무의 밑도 끝도 없는 춤사위가 펼쳐졌다. 그리고 이 코너는 앵커 전현무가 기자 전현무에게 어서 결혼하라고 잔소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미래보고서’ 코너를 포함한 <전현무쇼>의 가장 큰 문제는 전현무의 시선이나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 때는 자기만의 콘텐츠가 확실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는 어떤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선이다. 지금 예능프로그램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뭘 하고 싶은 건지,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그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길 기대하는지 등 전현무라는 사람의 시선이 있어야만 시청자는 <전현무쇼>를 따라갈 수 있다. 특히나 뉴스와 예능을 접목시키며 시사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면 그 이슈에 대한 통찰력과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성대모사를 하고 막춤을 춘다고 다 예능이 되는 게 아니듯이 손석희의 말투를 따라한다고, 시사 이슈에 대한 원고를 읽는다고 뉴스가 되는 건 아니다. 시청자의 진짜 웃음은 문제의 핵심을 자기만의 화법과 언어로 제대로 짚을 때 터진다.
<전현무쇼>는 시청률 4.5%를 기록했다. 그가 출연한 추석 특집 프로그램들 중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현무쇼>가 바로 정규 편성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현무가 ‘전무후무한 전현무’로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확실해졌다. 전현무만의 전무후무한 캐릭터 그대로 세상에 대해 얘기하는 거다. 옆에 앉은 패널을 약올리듯 사회 문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풍자하고, 라면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듯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성실하게 뉴스를 읽고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면 그의 이메일 주소처럼 ‘래리 전 라이브’의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안인용 티브이 칼럼니스트
예능과 맞물려 ‘대세’가 된 남자 그의 우상인 래리 킹처럼
‘전현무쇼’로 1인 버라이어티 도전 하지만 성대모사·막춤 있을뿐…
전무후무한 통찰력을 발휘할 때 전현무의 전무후무함은 무엇보다 그의 캐릭터에 있다. 전현무는 한국방송 아나운서 시절부터 출연자들에게 깐죽거리는 비호감 밉상 캐릭터였다. 얄밉게 되받아치고 거침없이 공격하며, 진지함이나 겸손함 같은 건 취급하지 않는 그의 화법은 예능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집을 치우는 걸 귀찮아하지만 보톡스나 눈밑 지방 제거 등 외모에는 지대한 관심이 있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만 고집하는, 예쁜 연예인에게는 열광하지만 막상 여자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명문대를 나왔지만 머리가 좋다기보다 주입식 교육의 결과물에 가깝다고 말하는 그의 뻔뻔하리만큼 솔직한 성향과 취향은 전현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핵심이다. 동시에 전현무는 누구보다도 자기계발에 열심인 모범생이다.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것으로도 부족해 매일 아침 7시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어 공부에 여념이 없다. 전현무는 누구보다도 성공을 지향하며 성공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가 아나운서 시절부터 얘기해온 그의 목표는 토크쇼 진행자의 대명사인 ‘래리 킹’이다. 이메일 주소도 ‘래리 전 라이브’다. 그리고 전현무는 10년 만에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게 바로 <전현무쇼>다. <전현무쇼>는 아무것도 없는 작은 세트장에 전현무가 혼자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을 ‘1인 미니멀라이즈 버라이어티’라고 정의하며 토크쇼와 뉴스, 리얼 버라이어티가 합쳐진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그다음에 전현무처럼 한국방송을 퇴사하고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방송인 신영일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대본이 없다” “특이한 방송이다” “제작비가 적다” “인터넷방송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뭘 보여주기도 전에 이 프로그램의 ‘전무후무함’을 강조한다. 첫번째 코너는 탤런트 이계인과 가수 김흥국을 게스트로 불러 전현무와 <전현무쇼>에 대해 진단한 ‘긴급대담’ 토크다. 어두운 배경에 세명이 삼각형으로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제이티비시 <썰전>과 기타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한 그림이다. 전현무가 늘 대여섯명 이상의 출연자들과 함께했기에 오직 2명과 마주앉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진행자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전현무는 익숙한 ‘아핡핡핡’ 웃음을 발사하며 맞장구치기에 바쁘다. 다음 코너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준비한 ‘전현무념무상대회’다. 코너 이름은 참신했지만 막상 열어보니 게스트 당일 섭외와 즉흥적인 진행 등 그간 많이 봐온 진행이 전부다. 연예인들이 실시간 개인 인터넷방송을 하고, <1박2일>의 원년 멤버들이 인터넷방송을 하는 시대다. 공영방송에서는 이 정도의 형식 실험이 꽤나 참신한 시도일지 모르겠지만 시청자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마지막 코너 ‘미래보고서’는 <전현무쇼>에서 가장 기대한 코너다. ‘긴급대담’과 ‘전현무념무상대회’는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지만, 뉴스를 내세운 ‘미래보고서’에서는 새로운 전현무와 진짜 새로운 형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제이티비시 <뉴스룸>을 연상시키는 세트까지는 괜찮았다. 다른 채널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는 패기는 좋다. 문제는 손석희의 말투를 흉내내는 앵커 전현무와 래리 킹처럼 멜빵을 하고 나타난 기자 전현무, 그러니까 전현무가 1인 2역을 하면서 시작됐다. ‘2300년 한국이 멸망한다’는 자막을 배경으로 앵커 전현무의 어색한 성대모사와 저출산에 대한 기자 전현무의 부자연스러운 리포트가 이어졌다. 웃으라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가운데 기자 전현무가 유치원에 나가 아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부분 역시 아이들의 순수함을 즐기라는 건지 아니면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메시지를 읽으라는 건지 애매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랑스의 제도와 덴마크의 출산 장려 캠페인을 소개하는 중간에는 전현무의 밑도 끝도 없는 춤사위가 펼쳐졌다. 그리고 이 코너는 앵커 전현무가 기자 전현무에게 어서 결혼하라고 잔소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미래보고서’ 코너를 포함한 <전현무쇼>의 가장 큰 문제는 전현무의 시선이나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 때는 자기만의 콘텐츠가 확실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는 어떤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선이다. 지금 예능프로그램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뭘 하고 싶은 건지,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그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길 기대하는지 등 전현무라는 사람의 시선이 있어야만 시청자는 <전현무쇼>를 따라갈 수 있다. 특히나 뉴스와 예능을 접목시키며 시사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면 그 이슈에 대한 통찰력과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성대모사를 하고 막춤을 춘다고 다 예능이 되는 게 아니듯이 손석희의 말투를 따라한다고, 시사 이슈에 대한 원고를 읽는다고 뉴스가 되는 건 아니다. 시청자의 진짜 웃음은 문제의 핵심을 자기만의 화법과 언어로 제대로 짚을 때 터진다.
안인용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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