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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방송 9년차 ‘해투 3’의 아홉수

등록 2015-12-11 18:49수정 2015-12-12 11:02

2000년대 중반부터 인기를 모아왔던 한국방송 <해피투게더>가 시즌3 9년차에 지독한 아홉수에 걸린 걸까. 연관검색어로 ‘노잼’(재미없음)이 잡히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2000년대 중반부터 인기를 모아왔던 한국방송 <해피투게더>가 시즌3 9년차에 지독한 아홉수에 걸린 걸까. 연관검색어로 ‘노잼’(재미없음)이 잡히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토요판]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
지난 10일치 한국방송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3>)은 ‘아홉수 인생’ 특집이었다. 29살과 39살, 49살인 출연자들이 나왔다. 뭘 해도 잘 되지 않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암흑기라는 의미의 ‘아홉수’. 그런데 이날 ‘아홉수 인생’ 특집의 진짜 주인공은 2007년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 방송 9년차, 아홉수를 맞은 <해투3> 자신이었다. <해투3>이 출연자들의 아홉수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시청률 4~6%를 오가며 동시간대 시청률 2위나 3위 자리가 익숙해졌고, 오랫동안 같이한 진행자 박미선과 김신영 대신 전현무와 김풍을 투입하고 전면 개편에 돌입했지만 시청률이 오르기는커녕 3%대로 주저앉았으며, <해투3>의 연관검색어에는 ‘노잼’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까지 안 풀리기도 힘들다. 대체 <해투3>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2001년 첫 방송을 시작한 <해투>는 ‘쟁반노래방’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즌1과 “반갑다 친구야”라는 유행어를 남긴 시즌2를 지나 2007년 시즌3을 시작했다. 시즌3은 ‘사우나 토크’와 ‘찜질방 토크’, 그리고 ‘야간 매점’으로 전성기를 이어갔다. <해투3>의 강점이나 차별화되는 점은 소소한 코너에서 단순한 게임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친근하고 유쾌한 웃음이었다. ‘웃지마 사우나’, ‘캐비닛 토크, 이건 뭐’, ‘박명수를 이겨라’, ‘쫄쫄이 암기송’, ‘손병호 게임’ 등 이름만 들어도 장면들이 생각나는 게임과 코너들은 평범해 보여도 한번 시작하면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승리해왔고, 살아남았다. 문제는 야간 매점 이후에는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야간 매점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후속으로 내놓은 ‘야간 상점’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자 쿡방 열풍을 따라가려고 다시 야간 매점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시청자와 화제성을 잃었다.

박미선·김신영 대신
전현무·김풍 투입하고
전면 개편 돌입했지만
시청률 오르기는커녕
연관검색어엔 ‘노잼’이…
‘해투3’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해투>는 곧 유재석이다. 신동엽과 이효리의 뒤를 이어 2003년에 <해투1>에 합류한 유재석은 13년 동안 <해투2>와 <해투3>까지 이끌어왔다. 평소에도 지인들과 카페에서 서너 시간은 거뜬히 수다를 떤다는 유재석의 토크 스타일이 곧 <해투>의 토크 스타일이었고 색깔이었다. 진행자들과 게스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수다를 떨면서 툭툭 장난도 치는, 가볍지만 제법 체온이 느껴지는 토크랄까. <해투3> 시작부터 유재석과 함께한 박명수와 박미선, 신봉선은 티격태격하지만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남매 같은 팀워크를 보여줬다. 이는 토크 스타일과도 잘 어우러졌다. 유재석이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고 게스트가 답변을 하면 박명수가 옆에서 딴소리를 하고 박미선이 흘겨본 다음 신봉선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마무리하는 패턴의 토크가 대표적이었다. 익숙하고 편안한 조합이었지만 점점 예측가능해졌다. 이에 중간에 객원 패널이 들어오기도 했고 2014년에는 신봉선이 하차하고 김신영과 조세호가 합류하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해투3>은 이 모든 역경을 타개하고자 지난 10월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다. 다섯명의 남성들로 채운 새로운 라인업의 진행자들은 찜질방복과는 확연히 다른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등장했다. ‘물건 정리 토크쇼’를 내세워 게스트들의 물건들을 가져다가 물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세트장은 커졌고, 출연자들 사이의 거리도 멀어졌다. 원래의 <해투3>과는 확실히 차별화를 시도하는 듯했다. 그런데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물건이 나올 때마다 토크 소재가 바뀌다 보니 흐름은 자주 끊겼고 물건이 많아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해투3>의 토크 콘셉트나 아이디어에는 항상 누구나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지점이 있었는데 물건 정리 토크쇼에서는 뭘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와닿지 않았다. 이후에도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그러면서 물건 정리 토크쇼는 어느새 사라졌고, 원형 테이블에서 토크를 나누다가 삼삼오오 작은 방에 모여 게스트의 취향이나 꿀팁에 대해 얘기하는 코너가 생겨났다. 그리고 지난 10일치 방송에서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코너도 사라졌다. 둥근 테이블에 모여 앉아 한시간을 근황 토크로만 채웠다. ‘해투 사진방’이라는 코너를 짧게 하긴 했지만 코너라고 하기엔 아쉬웠다.

토크의 내용이 좋으면 코너나 게임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해투3>의 토크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소소하지만 유쾌한 웃음을 추구했던 원래 <해투3>에서는 멀어졌고, 그렇다고 분명한 토크의 색깔을 갖고 있지도 않다. 출연자들은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홍보를 위해 나온 연기자들이거나 이미 다른 토크쇼에서 봤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출연자가 흥미롭지 않으면 출연자들의 공통점이나 토크를 나눌 주제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 역시 모호하다. 진행자들의 지인을 모은 ‘엠(M).사.빠’ 특집이나 ‘이미지 세탁소’ 특집에서는 이미 다른 토크쇼에서 들은 얘기를 또 들어야 했고, ‘아홉수 인생’ 특집에는 얘깃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토크의 주제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근황 토크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이미 들었던 얘기이거나 궁금하지 않은 얘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물건 정리 토크쇼는 이미 ‘안녕’했는데 아직 작업복은 입고 있다.

결정적으로 진행자들의 역할과 태도가 애매하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여전히 <해투3> 찜질방 토크의 구도에 있다. 유재석이 게스트에게 질문을 하고 박명수는 여전히 딴소리를 더한다. 그런데 전현무나 조세호, 김풍은 아직 이 구도에서 자기의 캐릭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엇박자가 난다. 또 유재석은 늘 그래 왔듯이 대본에 있는 질문들을 있는 그대로 게스트에게 던진다. 신사답게 출연자를 압박하지도 않고 추궁하는 질문도 하지 않는다. 게스트를 존중하면서 예의바르게 이끌어가는 유재석의 진행 방식은 매끄럽고 안전하며 프로답지만, 코너와 게임이 줄어들어 대부분의 시간을 토크로 채우다 보니 유재석이 묻고 게스트가 답하고, 또 묻고 답하는 패턴이 이어진다. 중간에 유재석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출연자와의 교감으로 이어져 골이 들어간다기보다 유재석이 혼자 공을 갖고 노는 개인기에 가깝다. 이 과정을 지켜보다가 유재석을 포함한 출연자들이 게스트들에게 뭔가를 궁금해하긴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토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에서 시작되어 긴장감을 갖고 이어져야 한다. <해투3>의 토크에는 그게 없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걸 대신 물어봐주는 것도 아니다. 그 역할을 얄미운 캐릭터의 전현무가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잘해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재석과 박명수, 조세호, 김풍과도 아직 별다른 ‘케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들 진행자 다섯명의 조합은 아직까지는 ‘글쎄’다. 그렇다고 제작진의 의욕이 프로그램 화면에서 보이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제작진은 모두 매일 밤을 새우며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을 것이며 <해투3>이 편집의 힘이 센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토크가 재미없을 때 자막을 보면 제작진 역시 그 재미없음을 같이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아 의아할 때가 있다.

안인용 티브이 칼럼니스트
안인용 티브이 칼럼니스트
원형 테이블 왼쪽에 남성 진행자들, 오른쪽에 출연자들이 앉는 <해투3>의 구도를 보면 자동적으로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가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최근 <해투3>과 관련된 기사나 게시물을 보면 ‘착한 <라스>’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라스>는 색깔이 확실하다. 공격적이고 솔직하며 출연자를 봐주지 않는다. 너무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지만 그게 <라스>의 색깔이다. ‘착한 <라스>’라는 얘기는 무색무취의 토크쇼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투3>이 <라스>를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따라가서도 안 된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내야 한다. 새로운 색깔이 도저히 힘들다면 예전 색깔이라도 다시 살려봐야 한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개편 두달이 지난 지금의 상황이 이러한데, 과연 뭔가를 다시 시작하는 게 가능할까. <해투3>은 이 아홉수를 넘길 수 있을까. 10일치 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으로 여러번 깔았던 노래, 산울림의 ‘청춘’이 떠오른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안인용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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