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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걸작 호평받은 ‘천년학’ 날개 접는 이유는?

등록 2007-05-02 14:44

천년학
천년학
1993년 단성사 한곳에서만 100만명 넘긴 ‘서편제’에 견줘 충격적인 성적표
젊은 영화관객 입맛 못맞춰…관객 13만명, 3주만에 종영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개봉 3주 만에 극장가에서 퇴장한다. 지난달 12일 전국 스크린 201곳에서 개봉했지만 현재 남은 스크린은 40곳뿐이다. 그나마 3일 종영하는데, 최종 관객은 13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막을 내린 뒤에도 한두 스크린을 잡아 장기 상영을 했으면 하지만 그것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천년학>은 본디 남남이지만 남매로 자란 여자 소리꾼과 남자 고수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한국적 풍경에 담아 그린 영화다. <서편제>로 ‘국민감독’ 반열에 오른 임 감독의 작품이고, 거의 모든 평론가들과 언론이 ‘걸작’으로 극찬한 점을 고려하면 <천년학>의 성적표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전작격인 <서편제>가 1993년 서울 단성사 한 곳에서 100만명을 넘기며 당시 흥행 신기록을 세웠던 것에 견줘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천년학>은 왜 ‘참패’한 것일까? 평론가보다는, ‘돈을 만지는’ 영화업자들의 말을 들어보자.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천년학>은 ‘판소리’라는 소재나 출연 배우 등 거의 모든 기획요소들이 지금 영화 주소비자인 20대와 여성 관객들의 관심과 거리가 멀었다”며, “결국 요즘 관객들에겐 <천년학>이 자신들이 볼 만한 영화가 아니라 ‘기념품 같은 영화’로 인식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영화를 본 한 20대 관객이 영화 사이트에 남긴 관람평을 보면 “전문가들은 좋은 영화라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니 누가 좀 설명해 달라”고 적어, 젊은 관객들이 느끼는 세대차와 문화 차이를 실감하게 한다.

천년학
천년학
한 영화투자회사 간부는 “<서편제> 때는 외국 영화란 ‘공공의 적’이 있었고, 판소리라는 ‘우리 것’에 거의 의무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있어 중·고생 단체 관람 등이 이어졌는데, 지금은 환경이 변했다”고 풀이했다.

영화 개봉방식이 바뀐 점도 패인으로 꼽힌다. <천년학> 같은 예술영화는 외국처럼 예술영화관에서 장기 개봉하는 것이 맞는데, 국내에 그런 곳이 없어 상업영화 위주의 개봉 시스템에 ‘얹혔다가’ 수모를 겪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화계에는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잡아 짧은 기간 바람몰이식으로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스’ 방식이 지배한다.


이런 결과를 두고 <천년학>을 높게 평가했던 평단은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한 평론가는 “영화 자체가 재미있어 많이 볼 줄 알았는데 예상이 틀렸다”며 “관객과 배급사의 취향이 빠르게 적극적인 쾌감을 주지 않는 영화는 선호하지 않아 흥행에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든 평단의 예상이 너무나 빗나가면서 평론가들이 대중과 영화를 잇는 다리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봉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요즘 영화계는 <서편제>를 보던 90년대와 달리 거의 모든 것이 할리우드식으로 바뀐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문화 평론가도 “관객은 바뀌었는데 평론가들이 과거기준으로 영화를 보면서 예술영화의 흥행 부진을 관객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평론가들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천년학>은 완벽하게 실패한 것일까? 지난해보다 관객이 준 올 상반기 특성에선 13만명도 선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영화사 쇼박스 김태성 부장은 “요즘에는 상업영화도 10만명대에 그친 경우가 상당하다”며 “애초 상업성을 포기한 <천년학>이 10만명을 넘긴 것은 임 감독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준 김미영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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