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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아아아아아아악!

등록 2007-05-20 17:51수정 2007-05-20 19:13

〈전설의 고향〉
〈전설의 고향〉
올여름 공포영화 6편 미리보기
올해 여름엔 사다코의 망령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아랑〉 〈신데렐라〉 등 지난해 개봉한 국내 공포영화 9편 가운데 무려 7편에 일본 공포영화 〈링〉과 〈주온〉에 나오는 사다코와 가야코의 클론들이 어른거렸다고 영화평론가 듀나는 진단하기도 했다. 흥행도 씁쓸해 〈아랑〉 한 편만 100만명을 넘겼다. 2003년 〈장화홍련〉(300만명)과 〈폰〉(260만명)의 성공 이후 한국 공포영화는 계속 내리막을 타왔다. 1998년 〈여고괴담〉이 10년 넘게 공백기가 이어졌던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을 알렸듯, 2007년 한국 공포영화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귀신 출몰 ‘전설의 고향’ ‘기담’
심리공포물 ‘검은집’ ‘두 사람…’ 등
관객 대상 서늘한 여름사냥

공포의 시·공간을 넓힌다 23일 개봉하는 〈전설의 고향〉의 포부는 〈여곡성〉을 끝으로 20년 동안 자취를 감춘 ‘사극 공포영화’의 맥을 잇겠다는 것이다. 공포영화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김지환 감독의 데뷔작이다. 의미있는 실험이지만 지난 14일 시사회에서 소복을 입은 키 큰 귀신이 허리를 꺾는 장면에선 일부 관객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물로는 사다코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귀신은 불행을 전파하며 불특정 다수를 해코지하는 일본 귀신과 달리 원한에 사무쳐 관련 인물들을 괴롭히다 결국 화해한다.”(김지환 감독)

8월에 개봉할 〈기담〉은 1942년이라는 낯선 시간으로 뛰어든다. 경성의 한 병원에 의사 부부가 부임하는데, 자살한 여고생의 주검과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아홉 살 소녀가 병원에 들어온다. “현대와 근대가 뒤섞인 불안한 공간이자 이제까지 별로 다뤄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공포영화의 수요는 고정적인데 비극적인 멜로와 공포를 섞어 이 공간에 풀어놓으면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장소정 제작사 도로시 대표)

〈므이〉(8월 개봉)는 베트탐에서 찍은 한국 공포영화다. 소설가 윤희는 베트남에 있는 친구에게 1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초상화의 전설을 듣게 된다. “사람이 자기 행복을 위해 얼마나 잔인한 짓을 많이 하는지 담으려 한다. 베트남의 혼령을 좇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 사회가 그렇게 무섭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김태경 감독)

〈검은집〉
〈검은집〉
심리·관계를 파고든다 다음달 28일 개봉하는 〈검은집〉은 거리낌없이 살인하는 심리 장애 ‘사이코패스’를 다룬다. 기시 유스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보험조사원 전준오는 가입자 박충배의 전화를 받고 그의 집에 간다. 충배의 아들이 목을 매 숨져 있는데 아버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준오를 바라본다.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눈동자, 손가락의 움직임, 숨소리 등 미세한 것들을 포착해 심리를 묘사하려 한다.”(신태라 감독)

〈두 사람이다〉(7월 개봉)는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현대 사회에선 부모도 못 믿는다고 하지 않나. 공포가 시작되는 최소 단위는 두 사람이다. 거기서 질시 등 근원적인 죄악이 생긴다.”(오기환 감독) 7월 관객을 만나는 〈해부학교실〉은 첫 해부를 하게 된 의대생 6명이 주인공이다. 실험용 주검을 접한 뒤부터 차례로 죽어간다. “학원·의학 공포물이되 학생들 저마다의 진짜 속내와 욕망을 풍성하게 그리려 한다.”(손태웅 감독)

공포, 힘들다 공포영화는 마니아가 확실한 대신 절대로 안 본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관객 100만명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제작비도 상대적으로 적은 20억원대에 맞추기 일쑤다. “쓰레기 같은 작품이 많아야 그 중 좋은 작품도 생긴다. 그러려면 비디오·디브이디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린 이 시장도 죽었다.”(김지환 감독) 〈므이〉의 김태경 감독은 “공포 자체를 다루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나는 귀신보다 다리 많은 곤충이 더 공포스럽다. 공포는 다른 감정들에 비해 보편성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그만큼 공포를 다루는 데 능한 감독과 인력이 쌓여야 하고 캐릭터와 드라마로 겨루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그래도 공포가 좋아 무한한 상상의 가능성이야말로 공포영화의 매혹이다. 〈기담〉의 정식 감독은 “심한 거짓말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쏘우〉에 이유 있나? 그냥 가둬놓고 ‘네 팔 자르고 나와라’ 그러는 거다. 피터 잭슨의 초기작인 〈데드 얼라이브〉는 신체 훼손 정도가 아니라 잔디깎개로 100명을 죽인다. 공포영화에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거침없는 도전이 있다.”(김지환 감독) 또한 공포영화는 종종 사회와 심리의 저변을 직유한다. 오기환 감독은 “예방 주사를 맞듯 사람들은 공포영화로 그들이 지닌 근원적인 불안을 달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 영화들은 얼마나 그런 맛을 보여줄까.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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