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수조원 몸값 ‘스펀지밥’ 창조자는 해양공학자

등록 2009-10-19 08:07수정 2009-10-19 08:11

스폰지밥.
스폰지밥.
“낮은 시청률 참아준 방송풍토 등
창의적 자유가 캐릭터 성공비결”
음료수 폭포, 팝콘화산…작업실도 ‘괴짜’




스티븐 힐렌버그 온라인 인터뷰

‘스펀지밥’ 10년.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펀지밥의 성공은 독보적이다. 170여개국에서 25개 언어로 방송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수 캐릭터.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좋아한다고 공언하고, 배우 조니 뎁이 성우를 자처한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컵스는 스펀지밥에서 영감을 얻어 의상을 만든다. 심지어 주요 캐릭터끼리의 좌충우돌을 두고 ‘동성애’ 논란이 일어날 정도다.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지닌 이 엉뚱한 스펀지 캐릭터를 만든 이는 해양공학자 스티븐 힐렌버그다. 대학에서 해양공학과 미술을 복수전공한 힐렌버그는 만화가로 전업하기 전까지 공공 해양기관의 교수이자 연구자였다. 그는 “창의적인 자유”를 스펀지밥의 탄생설화처럼 말했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가 말한 스펀지밥의 탄생 과정에는 치열한 경쟁보다 공학과 더불어 미술을 전공할 수 있었던 대학 시절과, 낮은 시청률에도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며 한 시즌 정도를 묵묵히 기다려주는 방송 풍토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스티븐 힐렌버그.
스티븐 힐렌버그.
주인공은 네모난 스펀지로 단순화시키고, 주변 인물들도 낙지, 꽃게, 불가사리 등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만화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기괴하다. 스스로도 “모두들 낯설어하는 분위기여서 첫 시즌이 끝났을 때 취소될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열광(great)과 두려움(scary),” 그가 말하는 캐릭터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들이다. 이 낯선 세계에 대한 힐렌버그의 설명 또한 독특하다. 그는 “밥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폴리네시아 신화의 티키신을 주제 삼아 싸구려 예술과 항해술을 바탕으로 공상적인 수중세계를 그렸다”고 말한다. 스펀지밥이 낯선 사람들에게 이 정도 설명만으로는 공상과학만화를 생각할 법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매우 일상적이다. 수중 마을의 형식만 빌렸을 뿐 우리 일상에서 겪을 법한 상황극을 이어가는 일종의 만화 시트콤이다.

시트콤처럼 이야기를 담지만 아이들에게 주는 웃음은 주로 캐릭터의 생생한 표정이나 과장된 몸짓에서 나온다. 그가 여느 만화작가와는 달리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스토리보드 작가와 작업하는 이유이다. “늘이기와 찌그러뜨리기로 과감하게 그려내면서 장면 자체에서 웃음을 만들려고 한다”며 “여기에 소심함, 우둔함, 지나친 욕심 등 캐릭터 각각이 갖고 있는 흠들이 더해지면서 결국은 웃음과 버무려지고 캐릭터의 매력으로 자리잡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을 먹으면 불어 오르는 스펀지 캐릭터지만 어른들이 공감하는 것은 바로 만화가 묘사하는 현실이다. 돈을 벌기 위해 언론사를 설립해 거짓 오보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집게리아 사장이 결국 그의 오보에 항의하며 달려든 시민들에게 번 돈을 모두 헌납하고 마는 에피소드는 현실과 상상을 교묘하게 섞었다.

스펀지밥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사실감은 힐렌버그가 실제로 주변 이웃들을 바탕으로 만든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그는 “(만화 속) 삶을 조금 더 실감나고 흥미롭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최신 문화나 트렌드를 알아야 즐길 수 있는 만화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시청자들이 느끼고 자기의 이야기로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펀지밥에 등장하는 낙지, 불가사리 등과 같은 인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힐렌버그는 오늘도 음료수로 만든 폭포와 오후 4시면 폭발하는 팝콘 화산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펀지밥 본부에서 낯선 수중 세계를 그리고 있다. 달팽이가 “야옹!” 하는 세계, 우리가 11분짜리 에피소드에 낄낄대지만 이들에게는 10개월에 달하는 기간이 필요한 공상의 세계에서 뛰논다. 여기서 그는 “똑똑하기보다는 엉뚱하게!” 이 문구를 가슴에 품고 170여 나라의 시청자들의 눈과 상대하고 있다.


오는 11월 스펀지밥은 10돌을 기념해 특별판을 선보일 예정이며, 스티븐 힐렌버그는 직접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현재 스펀지밥은 케이블 채널 닉에서 방송중이다. 월-금 오후 5시30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엠티브이 네트워크 코리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