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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홍씨네] 찬란했던 18살로 돌아가고픈 ‘마초’들의 신파

등록 2013-03-31 19:57수정 2013-04-18 16:12

영화 <전설의 주먹>
영화 <전설의 주먹>
강우석 감독 신작 ‘전설의 주먹’
케이블TV 격투쇼에서 맞붙는
저마다 사연 가진 고교동창들

끊임없는 남성성 강요 노골적
배우들 거친 장면 거뜬히 소화

“이 시대 사람들 삶 담고 싶었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글러브> 이후 지난 2년간 영화를 찍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현장이 힘들고 재미없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서슴없이 “짜증나고 지쳤다”고도 했다. 2011년 영화 <글러브>까지 18편의 영화로 누적 관객 30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그에게 일종의 권태기가 찾아왔던 것일까.

그가 인기 웹 만화 <전설의 주먹>(글 이종규, 그림 이윤균)을 영화로 만들어 돌아왔다. 강 감독은 지난 27일 “이 작품은 ‘강우석이 다시 영화를 시작한다’는 호소에 가깝다”며 “다음 영화를 빨리 찍고 싶다는 에너지를 준 작품이기도 하다”고 자평했다. 이미 찍은 영화가 개봉을 앞둔 상황인데, 벌써 다른 작품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어떤 전작보다 자신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설의 주먹>은 이전 다른 작품들보다 ‘강 감독 영화스럽다.’ 전작들처럼 사회적 이슈들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데, 이번엔 아예 그것들을 싸그리 엮어서 이야기틀을 만들었다. 판은 대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벌어진다. 시청률에 사활을 건 한 케이블 방송에서 고교 시절 ‘싸움 좀 했다’는 일반인을 상대로 격투대회를 열고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우승자에게 2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딸이 학교폭력 문제를 일으켜 돈이 필요한 국숫집 사장 임덕규(황정민), 유학 떠난 자식을 위해 치욕적인 직장생활을 마다않는 대기업 부장 이상훈(유준상), 퇴물이 된 조직폭력배이자 불법 스포츠 도박 조직책인 신재석(윤제문). 고교 동창인 이들은 하나같이 신문 사회면에서나 볼 법한 사연들을 갖고, 이른바 ‘전설대전’이라 불리는 격투쇼에서 맞붙는다.

영화는 시청률에 모든 것을 거는 거대 기업과 언론의 유착, ‘빠따 치고 맷값 주는’ 대기업 회장 등 경제권력의 그늘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세상의 우스갯거리가 된 국가정보원은 영화에서도 일종의 ‘신 스틸러’로 관객을 웃기는 구실을 한다. 강 감독은 “실제로 있는 일을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느낌을 담고 싶었다. 사회문제를 더 다루고 싶었지만 장르영화가 될 것 같아 참았다”고 했다. 세 주인공의 고교 시절인 1980년대 풍경에선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쫓겨나는 사당동 철거민과 백골단이 등장한다. 선과 악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결말이 분명해서 관객들로선 머리를 싸매고 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강 감독 특유의 ‘마초 기질’과 신파 기질도 어김없다. 감독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중파 방송사에서 특별 영입된 여성 프로듀서 홍규민(이요원)의 입을 통해 강한 남자들에게 “남자답다구요”라든가, 약한 남자들에게 “죄송해하는 남자가 제일 무능력하다” 등의 말을 거듭하며 끊임없이 남성성을 강요한다. 마치 ‘마초’란 지적을 해보라는 듯 노골적이다. 또 ‘전설대전’ 결전장에 들어서는 덕규의 주제가로 영화 <로키>가 울려퍼지고, 장내 해설자가 “찬란했던 18살로 돌아가고 싶은 거겠죠”라고 할 때는 약간 닭살이 돋을 수도 있다.

홍석재 기자의 홍씨네.
홍석재 기자의 홍씨네.
거친 격투 장면을 어색함 없이 소화한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돋보였다. 극중 나이와 실제 나이가 거의 같은 40대들인데도 바짝 다가가 찍는 카메라를 향해 아낌없이 몸을 던진다. 촬영 도중 유준상은 십자인대가 파열됐고, 정웅인은 어금니가 부러졌다고 한다. <공공의 적> 시리즈와 <실미도> <이끼>에서 함께했던 정두홍 무술감독이 이번에도 합류해 마지막 장면에서 예상을 넘는 화려한 격투기술 장면을 만들어냈다. 강 감독은 “정 감독에게 서정적인 액션을 부탁했는데, 마지막 케이지(격투기 경기장)에 갔을 때는 드라마를 알고 액션을 만들더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황정민의 ‘오픈 블로’(격투 종목에서 글러브를 펴고 손바닥 쪽으로 때리는 것)는 인상적이다.

네 주인공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한 신인 배우들 박정민, 구원, 박두식, 이정혁도 눈길을 끈다. 강 감독은 “촬영 땐 신인 배우들 볼 때마다 정말 화가 나고 골치가 아팠다”고 했지만, 영화에서 성인 배우들과 견준 장면들은 어색하지 않게 나왔다며 만족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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