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 예상을 넘는 흥행을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는 지난 주말 관객 5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선두에 올랐고, 한국 영화로는 6주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습니다. 20억원 정도의 중저예산 영화가 <300: 제국의 부활>(6일 개봉), 김고은·이민기 주연의 <몬스터>(13일) 같은 중대형 상업영화들과 정면대결에서 얻은 성적입니다.
이번주에는 할리우드 대작 <노아>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예매율 선두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평일 관객 5만명 안팎을 유지하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우아한 거짓말>의 흥행에는 반가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영화에는 국내 상업영화들이 꺼려해 온 여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858만명)에 이어 여주인공을 앞세운 <우아한 거짓말>의 성공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극장가에 더 많은 여주인공 영화의 등장을 예고합니다. 여배우들이 역량을 키울 기회가 확대되면서, 관객들로서도 뛰어난 자질을 가진 여배우를 볼 기회가 늘어날 것입니다.
또 영화는 주로 저예산 영화 제작을 지원해온 씨지브이 무비꼴라쥬가 투자·배급을 맡았습니다. 순제작비가 21억원에 불과하지만, 김려령 작가의 원작 소설과 <완득이>로 검증된 이한 감독의 연출력, 김희애·고아성·김향기·김유정 등 배우들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뤄 제대로 된 영화가 나왔습니다. 할리우드식 장르영화의 틀에 ‘스타급’ 배우들을 등장시킨 뒤, 대규모 마케팅을 펼쳐 ‘실패하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데 익숙한 대형 투자·배급사들한테 되새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교내 집단 따돌림이란 예민한 소재에 관객들이 반응하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끼치는 사안에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누구를 다시 아프게 하기보다 상처를 보듬으려는 노력이 관객들의 발길을 더 끌어들이는 것 같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장르영화들에 관객들이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를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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