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원작의 영화 ‘웃는 남자’
영화 사상 가장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을 때, 적어도 <배트맨>의 악당 조커가 빠져선 안될 것 같다.
조커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에 나오는 입이 찢긴 주인공 그윈 플렌을 모티프로 했다. 악당 조커의 원조격이라는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7세기 유럽의 어딘가에 어린 아이 그윈 플렌(마크-앙드레 그롱당)이 버려진다. 당시 유럽에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됐던 아동 인신매매단의 짓이었다. 인신매매단 두목 하드콰논 박사는 아이의 입을 찢어 꿰매는 것으로 자신의 ‘소유’임을 표시해놓고, 무슨 이유에선지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다. 이때부터 평생 웃으며 살수 밖에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홀로 남겨진 아이는 눈속에서 눈먼 여자아이 데아(크리스타 테레)를 구한 뒤, 유랑극단 공연자이자 장돌뱅이 우르수스(제라르 드파르디외)와 만나 목숨을 구한다. 이들은 그윈 플렌의 기이한 모습과 기구한 사연을 소재로 공연을 하고, 뜻밖에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윈 플렌은 자신이 왕권 다툼 과정에서 인신매매단에 팔린 후작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위를 회복한 그윈 플렌은 권력을 맛보지만, 스스로 힘의 단맛에 저항하는 순수한 의지를 가졌다. 그윈 플렌이 후작의 지위를 되찾은 뒤, 여왕과 의회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인상에 깊다. “백성의 세상이 옵니다. 절 보십시오 폐하, 기형으로 뒤틀린…제가 바로 백성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진짜 집주인이 들이닥치는 중입니다.” 감독과 관객 모두 작위적인 대사인 줄 알더라도 통쾌함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원작은 위고가 “그 이상의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고백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다른 축인 그윈 플렌과 시각장애인 데아와의 기구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은 1991년작 <가위손>(팀 버튼 감독)과 꼭 닮았다.
그간 프랑스 영화들이 흥행면에서 한국 정서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잔잔한 재미와 감동에 비해 개봉 열흘간 관객수 3만7천명은 아쉬운 느낌이 있다.
현실에서 프랑스 정부가 부유세를 도입한 뒤 러시아 국적을 얻어 ‘세금 도피’ 논란을 빚었던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착한 장돌뱅이 우르수스 역을 맡아 프랑스 국민배우다운 명불허전 연기를 보였다. 드파르디외를 빼면 영화에 참여한 이들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를 연출한 장 피에르 아메리 감독은 1996년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상과 청년영화상, 1999년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작품상 등을 탄 바 있다. 그윈 플렌 역을 맡은 마크-앙드레 그롱당은 캐나다 퀘백 출신으로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뮤직비디오 감독, 라디오디제이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메리 감독과 그롱당 조합은 <웃는 남자>의 기묘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면서 팀 버튼 감독-배우 조니 뎁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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