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
[문화‘랑’]영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9월22일까지)에 다녀왔습니다. 오후 4시께 대기번호 244번을 받았는데, 이미 대기번호 3000번을 한바퀴 돈 뒤였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과 다카하타 이사오(78)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회사입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세대를 뛰어넘으며 팬들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이웃집 토토로>(200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그림),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같은 유명 영화들과, 이젠 고전이 된 <알프스 소녀 하이디>(1974), <엄마 찾아 삼만리>(1976), <미래소년 코난>(1978) 등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들이 모두 지브리의 작품들입니다.
‘레이아웃’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작업자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디자인을 설명하는 밑그림입니다. 이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작업자들이 그림을 그리고 색을 더해서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제작의 비밀설계도’라고 불립니다. 이번에 전시된 레이아웃은 주로 미야자키 감독이 그린 것으로, 전시 분량만 1300여장에 이릅니다. 100% 수작업으로 색연필로 그리는 지브리의 레이아웃은 아날로그 작업 특유의 감수성이 묻어납니다. 또 레이아웃 곳곳에 적힌 감독의 메모를 보면 자유로운 상상력의 속살까지 엿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입체영상(3D)을 넘어 오감체험형(4D) 영화까지 난무하는 요즘 수작업으로 만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여전히 인기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호시노 고지 지브리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영화 제작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면 수백명의 창작자들이 한땀 한땀 손으로 그리는 그림에 땀과 혼이 들어가야 합니다.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지브리의 이런 장인 정신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홍석재 기자
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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