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영화
최근 한 사법연수원생이 극장 체인 씨지브이(CGV)를 상대로 30만원짜리 소송을 냈습니다. 영화 시작에 앞서 10여분간 광고를 반강제적으로 보게 한 데 따른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주장입니다. 이벤트성 소송이지만 영화 관람객들의 해묵은 불만사항을 반영한 것입니다. 영화 시작 정시에 맞춰 들어온 관객이라면 “해도 너무한다, 관객과의 약속 위반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일 법하기 때문입니다.
본영화 전 광고 상영이 관객들한테 사전 고지돼 있기는 합니다. 영화 티켓을 보면 ‘입장 지연에 따른 관람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본 영화는 10여분 후 시작됩니다’, ‘예고편 상영 등 사정에 의해 영화 시작이 10여분 정도 차이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광고 자체를 보는 게 재미있다는 관객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 상영 전 광고가 15편을 넘기는 경우도 나오고, 관객들의 불만은 분명 높아집니다.
극장 쪽은 “정부가 극장에 아무런 지원 없이 입장권 가격만 사실상 통제하는 현실에서, 광고 수입 없이 관객들이 즐기는 수준의 스크린과 음향시설 투자 비용도 뽑기 어렵다”고 항변합니다. 광고 수익은 만만찮아서 극장 운영비 상당 부분을 광고로 뽑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광고 때문에 불만인 ‘제3의 관계자’가 있습니다. 영화 투자사와 제작사들입니다. 이들은 극장 광고와 무관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을 낀 극장들은 영화 티켓에 각종 카드 할인 혜택을 주고 이걸 미끼로 계열사 상품을 팔거나 광고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이런 데서 오는 손해의 일정 부분을 광고 상영으로 메웁니다. 일반 투자·제작사 입장에선 영화라는 상품을 놓고 극장과 티켓 수익 절반을 나누는데, 티켓 손실분을 극장만 광고 수익으로 보상받고 투자사나 제작사는 달리 보상받을 길이 없으니 불공평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부쩍 늘어난 극장 광고에는 이렇게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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