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영화
광복절인 15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상영관 ‘시네마테크 코파(KOFA)’에서 특별한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클로드 란즈만 감독의 1985년작으로 2차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을 담은 <쇼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였습니다. <쇼아>는 장장 9시간 30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루에 모두 상영하기 불가능해 나흘에 걸쳐 나눠서 상영했습니다.
영화 중에서 가장 긴 영화는 어떤 영화였을까요? 덴마크 출신의 한 실험영화 집단이 만든 <모던 타임즈 포에버>라는 작품으로, 무려 240시간짜리 영화라고 합니다. 실제로 개봉도 했다고 합니다. 국내에 개봉된 상업영화로는 덴마크 출신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4시간33분짜리 심령공포영화 <킹덤>(텔레비전 시리즈 영화의 극장판)으로, 1997년 서울 동숭시네마텍에서 개봉했는데 44일간 전좌석 매진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특별하게 긴 영화들이 있지만 일반 영화는 거의 대부분 2시간 정도입니다. 20세기 초반 이후 30여년간 영사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 러닝타임은 15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천차만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30년대 할리우드는 오락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상영시간을 90분 정도로 잡았습니다. 당시 경제난 탓에 ‘동시상영’이 유행했는데, 티켓 한장으로 두 편을 보여줘도 수지타산을 맞출 만한 시간이었던 겁니다. 이후 영화 내용을 더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상영시간이 늘어났고 이제는 2시간 정도가 상업영화의 정석이 되었습니다. 한 극장 관계자는 “2시간보다 조금 짧은 러닝타임이 상영관 정리 시간을 포함해 시간 단위로 상영 회차를 맞출 수 있어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2시간43분짜리 <아바타>(2009)처럼 회차와 관계없이 전세계에서 28억달러(3조1234억원) 수입을 거둔 영화도 있습니다. 반면 강우석 감독은 올해 2시간33분짜리 <전설의 주먹>으로 흥행 참패를 한 뒤 “다음 영화는 절대 2시간10분을 넘기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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