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지난 8일 칸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뉴질랜드 출신의 제인 캠피언(59) 감독한테 올해 5월 열리는 칸 영화제 장편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제인 캠피언은 1993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피아노>를 비롯해 <내 책상 위의 천사>(1990)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감독입니다. 그는 칸 영화제와의 인연도 깊어서 1986년 영화 <필>로 단편 경쟁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1993년에는 <피아노>로 장편경쟁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칸 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문병곤 감독의 영화 <세이프>에 단편 황금종려상을 주어 국내 영화팬들한테 더 친숙한 인물입니다. 캠피언 감독은 이번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뒤 “심사위원장을 맡게 돼 영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라는 소감으로 벅찬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장편경쟁 심사위원장은 한해 영화제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2006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왕자웨이 감독이 “영화인들이 창조한 꿈의 언어를 나누는 자리”라는 근사한 말로 표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국외 유수의 영화제에선 여성 영화인을 심사위원장에 앉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칸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는 4년 전 이탈리아의 명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를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했습니다. 프랑스 국민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도 2006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는 이런 풍경을 아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내에도 영화에 대한 연륜과 경험, 높은 식견을 가진 여성 영화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 주요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이 저마다 ‘국제적 위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성 심사위원장을 기대해도 좋을 시기가 아닐까요?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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