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국내 영화 흥행 순위를 알려주는 ‘박스오피스’가 요즘 유난히 반짝거립니다. 흐름처럼 몰려오는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아니라 폭넓은 소재와 다양한 형식의 영화들이 골고루 흥행 순위에 포진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사회성 짙은 영화 두 편이 눈에 띕니다. 13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하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은 상영관 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행 4위를 유지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980년대 얼룩진 현대사를 다룬 영화 <변호인>은 개봉한 지 두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5위권 안팎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선두권에는 보기 드물게 여풍이 불고 있습니다. 3주째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거리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가 모두 여주인공들을 앞세운 영화입니다. 박보영이 주연한 <피끓는 청춘>과 ‘40대 여배우들의 힘’을 보여주는 <관능의 법칙>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어린이부터 성인 관객까지 볼 수 있는 영화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국내 자본과 애니메이터들이 제작을 주도한 <넛잡: 땅콩 도둑들>은 모처럼 국내 어린이 관객들이 만나게 된 ‘한국산 애니메이션’입니다. <겨울왕국>과 함께 북미에서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레고 무비>도 꼬마 관객들뿐 아니라 어른이 된 뒤에도 동심의 세계를 잊지 않으려는 ‘키덜트’까지 누구나 즐길 만합니다.
다양성 영화들의 선전도 반갑습니다. 코언 형제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은 개봉 15일 만에 7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소규모 개봉 다양성 영화 가운데 역대 최단기 관객 동원 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거장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각각 11만명, 4만명을 넘기며 장기 흥행에 들어갔습니다. 다양성을 이야기할 때 상징으로 쓰이는 것이 ‘무지개’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극장가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들이 함께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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