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열성 관객들이 ‘본방 사수’를 외치곤 합니다. 영화 쪽에선 극장이 아니더라도 아이피(IP)텔레비전 등으로 언제든 ‘재관람’이 가능하지만, 방송의 영화 프로그램에도 ‘본방 사수’를 할 만한 게 있습니다.
<한국방송>(KBS)에서 매주 일요일 새벽 1시에 방송하는 ‘독립영화관’이란 프로그램입니다. 이곳에서 웬만한 영화광들도 꽤 노력을 들여야 관람이 가능한 다양성 영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건축가 고 정기용 선생을 다룬 <말하는 건축가>(정재은 감독), 류현경 주연의 <앵두야, 연애하자>(정하린 감독) 등이 방송됐습니다. 어지간한 아이피텔레비전에서 ‘극장 개봉작’이라는 이유로 1만~1만2000원씩 내야 하는 영화입니다. 지난주 방영된 <왕자가 된 소녀들> 역시 1950년대 여성 국극 배우들을 다룬 다양성 영화로 지난해 극장 개봉 때 꽤 인기를 끌었던 영화입니다. 이번주에는 ‘우리 이웃의 단편영화’라는 제목으로 쟁쟁한 영화제들에서 초청받았던 20분 안팎의 단편영화 6편을 묶어서 보여줍니다.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한 ‘독립영화관’은 3년간 다양성 영화 수백편을 묵묵히 소개해왔습니다. 이 가운데 대중 관객들한테 익숙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풍산개> 같은 영화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있는데도 전국 개봉관을 잡지 못한 영화, 영화제 수상으로 검증받고도 아예 극장에 걸리지 못한 영화, 영화학도의 우수한 졸업작품이나 개인적으로 만들었는데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에도 큰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관객들은 극장에서도, 텔레비전에서도 다양성 영화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는 “우리 프로그램이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가능성이 넘치는 다양성 영화를 만드는 이들한테 관객들과 만날 기회로 쓰였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독립영화관은 저작권 문제로 다시보기가 제공되지 않으니 ‘본방 사수’ 하시기 바랍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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