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쏘나타 신형 최고 200만원 올려…네티즌 반감 확산
“다양한 성능 추가” 해명…가격 내리는 수입차와 대조돼
“다양한 성능 추가” 해명…가격 내리는 수입차와 대조돼
“나… 맹세코… 절대 현대차 안산다~!!!!!! ”
인터넷 자동차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와 있는 신형 쏘나타 관련 의견의 댓글 가운데 하나다. 이런 댓글이 한두개가 아니다. 대부분 현대·기아차의 신차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투싼아이엑스, 와이에프(YF) 쏘나타, 케이(K)7 등 최근 나왔거나 곧 출시 예정인 현대·기아차 신차들의 대폭적인 가격 인상 탓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인터넷 공간 어디서나 이런 징후가 발견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자동차 관련 기사나 대형 커뮤니티의 자동차 관련 글에는 현대·기아차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눈덩이처럼 붙는다.
결정적으로 이런 여론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9월 출시한 와이에프 쏘나타의 가격이다. 모델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구형보다 155만원, 최고 220만원이 넘게 값이 올랐다. 투싼아이엑스도 최고 200만원이 넘게 가격이 올랐고, 아직 정확한 가격이 발표되지 않은 케이7도 그 못잖게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쪽에서는 “자체제어장치(VDC) 등 안전사양이 기본옵션으로 들어갔고 그 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추가됐기 때문에 그 가치를 생각하면 값이 올랐다고 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예를 들어 신형 쏘나타에는 구형에서 75만원에 선택할 수 있던 자체제어장치가 추가됐고 진폭 감응형 댐퍼 등 첨단 새기술도 적용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전문가들은 선택사양(옵션)을 기본사양으로 바꾸면서 기존 가격을 그대로 받는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편집국장은 “외국 자동차회사들의 사례를 보면 여러가지 성능을 추가한 신차를 내놓으면서도 가격은 거의 올리지 않는다”며 “옵션추가와 성능향상을 가격상승의 요인으로 대는 것은 자동차산업 상식에 맞지 않는 논리”라고 말했다. 이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시장에서 차량 판매가격 추이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풀모델체인지(완전개조)를 한 렉서스의 아르엑스(RX)350 기본형의 정가(MSRP)는 구형 모델이 3만7700달러였는데 신형은 오히려 3만7250달러로 낮아졌다. 올해 포드가 내놓은 신형 토러스도 구형과 같은 2만5995달러를 유지했다. 두 차 모두 상당한 수준의 성능개선과 옵션 추가가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미국 노동통계국 집계로는, 미국에서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은 10년 사이 6.6% 내렸다. 반면 쏘나타 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1999년 1482만원(2.0 기본형 자동변속기 기준)에서 2009년 2130만원으로 43.7%나 올랐다.
인터넷 여론 악화에도 현대·기아차의 판매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내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더 굳어지고 있다. 논란의 정점에 서있는 쏘나타는 지난달 1만7906대라는 엄청난 판매 실적을 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008년 71.3%에서 올해 10월까지 80.5%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현대·기아차의 가격결정이 계속된다면 이런 지위가 언제 흔들릴지 알 수 없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퍼지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불만이 자동차의 주소비층인 30~40대까지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요타가 중형세단 캠리를 3490만원에 국내에 출시하는 등 수입차들의 가격이 점점 떨어지면서 이런 논란은 점점 더 크게 번지는 모양새다. 캠리는 10월 말까지 예약대수가 2730대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케팅 인사이트가 지난 7월 소비자 9만11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동차 브랜드별 소비자 만족도를 보면, 현대차는 내구품질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에서 르노삼성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 체감만족률은 르노삼성이 63.1점으로 현대차 50.0점을 크게 앞질렀다. 수입차(67.2점)에 크게 뒤진 것은 물론이다. 시장점유율만큼 현대·기아차에 대한 만족도가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만약 현대·기아차가 독점적 지위에 취해 가격인상을 통한 이익 올리기에 급급한다면 언제가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현대·기아차가 가격 상승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며 “과연 외국에서도 신형차량을 발표하면서 10%씩 가격을 올릴 배짱이 있을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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